혁신은 스타트업 전유물?....동네세탁소의 '반격'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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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8.23. 오전 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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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석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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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 스타트업 공세에 직접 앱 출시해 대응…"동네세탁소라고 못 할 이유 없다"]

서울 은평구에서 20년째 세탁소를 운영하는 도현숙 크린세탁 대표(왼쪽)와 남편이 최근 비대면 수거·배송 애플리케이션 '세탁왕'을 출시했다 /사진=고석용 기자
서울 은평구 한 골목에서 20년째 세탁소를 운영하고 있는 도현숙 크린세탁 대표는 최근 애플리케이션 '세탁왕'을 출시했다. '모바일 기반', '비대면 수거·배송'으로 시장을 확장하는 세탁특공대(워시스왓)와 런드리고(의식주컴퍼니) 등 스타트업과 정면 경쟁하는 앱이다. 도 대표는 "동네 세탁소라고 모바일·비대면을 못 할 이유가 없다"며 "한평생 세탁을 해온 만큼 자신있는 품질로 승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탁 스타트업들이 시장을 넓혀가면서 기존 동네 세탁소가 반격을 시작했다. 은평구 크린세탁, 대전의 원크린세탁소, 천안의 세탁대장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동네 세탁소를 기반으로 모바일 앱으로 주문을 받고 스타트업들과 동일하게 비대면 수거·배송 서비스 진행한다.



비대면 플랫폼 경험 후 "세탁도 변화 없이는 생존불가"


은평구 크린세탁에서 만난 도 대표는 "세탁도 변화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체감했다"고 말했다. 크린세탁은 2002년 개업해 한 때 월매출 1000만원 이상을 기록하며 안정적으로 성장해왔다. 그러나 최근 4~5년 전부터 매출이 급감했다. 대형 프렌차이즈 세탁소에 이어 모바일 기반 스타트업까지 세탁시장에 뛰어들면서다.

크린세탁이 출시한 앱서비스 세탁왕
속수무책으로 매출이 줄던 크린세탁은 2018년 한 모바일 세탁 중개플랫폼에 가입한다. 고객에게 주문을 받으면 인근 세탁소에 수거·배송만 해주는 중개 전문 플랫폼이었다. 도 대표는 "수수료가 있었지만 매출은 두 배로 늘었다"며 "코로나19(COVID-19)로 모바일을 이용하는 고객은 더더욱 늘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당 플랫폼이 올해 초 경영난으로 폐업하면서 매출은 다시 곤두박질치게 된다.

도 대표는 "1인·맞벌이 가구 성향에 맞는 모바일, 비대면 서비스를 가능하게 해줘 숨통이 트였는데 플랫폼이 폐업하면서 우리도 당황했다"고 말했다. "수수료를 더 지불해서라도 플랫폼이 유지될 수 있게 해야 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어서 직접 앱을 개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출시한 것이 '세탁왕'이다.



월매출 두 배 껑충…"가맹점 늘려 동네세탁소 살릴 것"


세탁왕은 서울 서북부가 기반이지만 전국 어디서든 이용할 수 있다. 은평·마포·서대문구와 고양시 덕은·향동은 도 대표와 남편이 직접 발로 뛰며 수거·배송하고 기타지역은 택배를 이용한다. 이 때문에 요즘 세탁스타트업 서비스처럼 '새벽배송', '당일배송'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도 대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도 대표는 "대부분 고객들은 배송이 좀 늦더라도 소중한 옷이 손상없이 세탁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세탁왕 출시 6개월 만에 크린세탁의 매출은 월평균 800만원에서 1600만원으로 두 배가량 늘었다. 늘어난 주문 중 20~30% 가량은 부산, 광주 등에서 택배로 배송된 주문들이다. 도 대표는 "인공지능(AI)으로 운영되는 대형 세탁공장이 놓치고 있는 세탁품질에 집중하는 만큼 소비자들의 관심도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도 대표는 올해 중으로 다른 영세 세탁소들을 세탁왕 앱에 참여시키는 게 목표다. 세탁왕 거점세탁소를 전국으로 확대하고 영세 세탁소들에게도 판로확대 기회를 주겠다는 것. 도 대표는 "수십년간 세탁만 해오던 세탁소 사장님들이 한순간에 무너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꿈"이라며 "힘닿는 데까지 서비스를 확장해 동네 세탁소들을 살리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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