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스타트업, AI반도체 경연서 최강 엔비디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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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9.23. 오후 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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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형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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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AI반도체 성능 경연대회
퓨리오사AI가 시장 지배자인 엔비디아 제쳐
퓨리오사 “AI 반도체, 내년 상반기 삼성전자에 위탁해 양산”

토종 한국 스타트업이 세계 최고 권위의 AI(인공지능) 반도체 성능 경연대회서 절대 강자인 미국 엔비디아를 넘어섰다.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압도적인 세계 1위다. 하지만 AI 반도체 같은 고성능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는 별다른 성과를 못 냈다. 이런 불모지에서 글로벌 테크 시장에 도전할 수 있는 스타트업이 등장한 것이다.

퓨리오사AI의 실리콘 칩 '워보이(Warboy)' /퓨리오사AI

반도체 스타트업 퓨리오사AI는 22일 “자사 첫 번째 반도체 시제품 워보이(Warboy)가 AI 반도체 벤치마크(성능 테스트) 대회인 엠엘퍼프(MLPerf)에서 엔비디아를 제치고 경쟁력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엠엘퍼프는 구글·마이크로소프트·삼성전자, 스탠퍼드·하버드 등 빅테크와 대학이 설립한 비영리단체 ML코먼스가 매년 여는 대회로 AI 반도체 성능 평가에서 최고의 공신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영상에서 특정 물체를 골라내는 능력, 음성 인식 능력, 텍스트 이해 능력, 상품 추천 능력 등 8개 분야에서 우위를 가린다.

AI 반도체는 주어진 연산을 순서대로 빠르게 처리하는 일반 반도체와 달리, 사람의 뇌처럼 수십~수천개 연산을 동시에 처리하도록 설계된 칩이다. 올해 엠엘퍼프에서는 퓨리오사AI의 반도체가 추론에 해당하는 이미지 분류·물체 검출 등 두 분야에서 수년간 세계 최강으로 군림해온 엔비디아 제품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 반도체공학회 회장을 지낸 정덕균 서울대 석좌교수는 “퓨리오사AI의 성과는 한국 시스템 반도체 역사에 획기적인 이정표를 세운 것”이라고 말했다.

퓨리오사AI가 AI반도체 벤치마크(성능시험) 경연대회인 엠엘퍼프에서 받은 성적표. 동급인 엔비디아의 T4 제품보다 객체 검출, 이미지 분류 분야에서 앞선 점수를 받았다. 또한 가격 대비 성능 면에서도 엔비디아 제품보다 4배 넘는 성적을 거뒀다. /퓨리오사AI

퓨리오사AI의 워보이는 사람의 눈과 뇌의 역할을 하는 반도체다. 컴퓨터에 입력되는 수많은 사진과 영상 데이터를 분석해 그 안에서 원하는 사람이나 사물을 찾아내고 분류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갖췄다. 퓨리오사AI는 대용량 이미지·영상을 처리하는 데이터센터용 서버 컴퓨터 시장을 주로 공략하고 자율주행차에도 탑재한다는 계획이다. 백준호 퓨리오사AI 대표는 “워보이는 자율주행과 영상 분석, 메타버스(3차원 가상현실) 기술에 꼭 필요한 AI 반도체”라며 “내년 상반기 삼성전자에 위탁해 양산을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2016년 바둑 대국에서 이세돌 9단을 이긴 구글의 AI 알파고는 수백개의 중앙처리장치와 그래픽 반도체, 서버로 구성된 거대한 컴퓨터 시스템이었다. 반면 AI 반도체는 알파고를 하나의 칩셋에 구현해낸다. 그만큼 설계와 제작이 어렵기 때문에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막대한 투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국내 반도체 스타트업에서 최대 규모인 800억원 투자 유치한 퓨리오사 AI 백준호 대표가 2021년 6월 8일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 네이버 D2SF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연정 객원기자

백준호 대표는 “이번 대회를 통해 우리가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는 기술과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전 세계에 알렸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AI 반도체를 개발하고 있는 전 세계 40여 기업 가운데, 이번 경연에 제품을 내놓은 곳은 엔비디아·퀄컴·센투어·퓨리오사AI 네 곳뿐이다. IT 업계 관계자는 “제품 성능이 완전히 공개되는 대회에서 경쟁할 만한 기술을 가진 회사가 그만큼 드물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퓨리오사AI는 삼성전자와 AMD 반도체에서 반도체 설계 분야 연구원으로 근무한 백준호 대표가 2017년 창업했다. 삼성전자뿐 아니라 구글·아마존 같은 빅테크 기업 출신 반도체 엔지니어 70여 명이 모여 AI 반도체 칩 개발 하나에만 ‘올인’했다. AI 반도체 분야는 리스크가 큰 분야이지만 인력 구성에서 가능성을 본 투자자들이 지원에 나섰다. 그는 “미국에서 반도체 설계 스타트업 붐이 인 것도 도움이 됐다”고 했다.

백준호 퓨리오사AI 대표

퓨리오사AI는 지난 5월에는 네이버·DSC인베스트먼트·산업은행 등에서 반도체 스타트업으로는 최대 규모인 800억원 투자를 받았다. 백 대표는 “앞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AI 반도체를 출시할 계획”이라며 “내후년 상반기를 목표로 차세대 칩 개발에 들어갔으며, 언젠가는 엔비디아를 넘어 글로벌 1등 AI 반도체 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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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인도특파원, 현 테크팀 반도체 담당. 성장하는 곳의 이야기를 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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