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의 대출 중단은 금융당국의 은행권에 대한 전방위적인 압박에서 비롯됐다.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증가율을 연간 6% 이내로 억제하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17일 "가계부채 관리는 가장 중요한 책무"라며 강한 의지를 드러내자 한도가 찬 은행들이 즉각적으로 몸사리기에 나선 것이다.
가계부채가 1700조원을 넘어섰고 증가세가 꺾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부채 관리에 나서는 것은 필요한 조치다. 하지만 예고도 없이 이렇게 과격한 방법으로 대출을 틀어막아버리는 것은 지나치다. 당장 돈이 급한 서민들은 은행 문턱이 높아지면 불법 사채로 내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대출 고삐를 옥죄는 진짜 이유는 치솟고 있는 집값을 잡으려는 것이다. 정부는 '영끌' 등 가계 빚 증가가 부동산 가격 급등을 부추기고 있다고 보고 대출 억제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가계대출이 늘어난 것을 무조건 투기적 수요라고 보기 어렵다. 정부의 정책 실패로 집값과 전월세 가격이 급등하다 보니 이에 비례해 대출 총량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 것이다. 돈줄 조이기만으로는 집값을 잡기 어렵다. 집값 안정을 위해서는 대출 규제뿐 아니라 재건축·재개발 활성화와 양도세 한시적 인하를 통한 공급 확대 등 입체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금융당국은 실수요자들의 피해를 줄이면서 가계부채를 연착륙시킬 수 있는 정교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