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뿐이랴?" 전세계 부동산 잠식하는 '차이나 머니'의 공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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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9.18. 오후 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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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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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톺아보기-67]

※ 한중일 톺아보기'는 한·중·일을 중심으로 아시아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이슈를 살펴보는 주간 연재코너입니다.
[그래픽=최훈석 인턴]
"중국인들의 국내 부동산 매입세가 매섭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집값과 맞물려 외국인, 특히 중국인의 부동산 매입세가 심상치 않다는 취지의 보도가 최근 잇따랐다. 발단은 지난달 홍석준 의원이 국토교통부에서 제출받은 '외국인 토지보유 현황'이다. 이에 따르면 2011년 369만㎡였던 중국인 소유 토지면적은 2020년 1999만㎡로 9년 새 5.4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공시지가 기준으로는 7652억원에서 2조8266억원으로 3.7배 증가한 셈이다.

하지만 일부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보도가 부동산 폭등으로 가뜩이나 화난 민심에 편승해 심화된 반중 정서를 자극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실제로 최근 10년간 국내 아파트, 빌라, 오피스텔 등 집합건물을 매수한 외국인 비율은 꾸준히 늘었지만 전체 비율로 보면 아직은 미미한 편이었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서 발표한 매매에 의한 소유권이전등기 통계에 따르면 외국인이 대한민국 전체 부동산 매수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가 채 되지 않았다.

그러나 전체 외국인 매수에서 중국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압도적이었다. 중국인 비율은 2013년 전체 외국인 매수에서 36%를 차지해 1위로 올라선 뒤 계속 선두를 유지하며 지속적으로 늘어 2017년 이후 60~70%를 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국내 집합건물을 매수한 주요 외국인의 국적·건수는 중국(1만559건), 미국(1천662건), 캐나다(613건) 순이었다.

사실 해외 부동산을 타깃으로 하는 '차이나 머니' 논란이 한국에서는 비교적 최근에 부각됐지만 미국, 유럽, 호주, 캐나다, 일본은 물론 동남아에서는 이미 예전에 이슈가 됐던 사안이다.

中부유층 투자 주 무대 호주, 2016년 피크 이후 감소세

[그래픽=최훈석 인턴]
호주는 중국인 부동산 투기 문제로 논란이 일었던 대표적인 나라다. 2010년대 초부터 중국, 홍콩 등지에서 투자자들이 몰려들면서 시드니 주택가격은 매년 10% 넘게 올랐다. 원칙적으로 호주 연방법에 따르면 외국인은 '외국인 투자 심의위원회' 승인 없이 기존 주택은 매입할 수 없고 신축 주택만 살 수 있었다. 하지만 호주 국적을 취득한 가족 명의를 통해 해외에서 들여온 자금으로 사면 문제가 없었고, 돈이 있다면 호주 영주권을 얻어 매입하면 됐다.

'시드니 모닝 헤럴드'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많은 외국인이 호주 당국으로부터 고액의 투자 비자를 받았다. 그리고 그들 대부분은 부동산에 500만달러 이상을 베팅할 수 있는 부유한 중국인이었다. 2016~2017년은 중국인의 호주 부동산 투자가 388억호주달러에 달할 만큼 최고조에 달한 때였다. 그해 시드니가 있는 뉴사우스웨일스주 신축 주택의 25%, 빅토리아주 신규 주택의 16%를 외국인이 사들였고 이들 중 80% 이상이 중국인이었다. 이에 호주 일간지 '더 오스트레일리안'은 중국 부유층이 이들 두 지역의 부동산을 집중적으로 사들이는 통에 가격이 폭등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2018년에도 비슷한 상황이 계속됐다. 당시 신축 아파트의 외국인 구매자 비율이 가장 높은 도시는 멜버른과 시드니였다. 호주 중앙은행 추산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 두 도시 신축 아파트 중 약 25%를 매입했는데, 이들 중 중국인 비율은 약 75%였다.

이후 양국 간 정치적 긴장 고조, 외국인 부동산 거래세율 인상, 코로나19 봉쇄 여파 등으로 중국인의 부동산 투자 규모는 2019~2020년 71억호주달러로 급감했다. 올해부터는 호주에서 개정된 법률이 시행됨에 따라 규모와 상관없이 국가 안보상 중시되는 토지와 사업에 대한 모든 외국인 투자가 정부의 심사 대상이 됐다. 이 같은 조치로 향후 호주에 대한 중국발 부동산 투자는 더 수그러들 것으로 전망된다.

'차이나 머니' 캐나다서도 맹위…평균 집값 미국 앞질러

[그래픽=최훈석 인턴]
캐나다도 호주와 비슷한 시기 부동산 과열이 이슈가 된 나라다. 몬트리올은행(BOM) 자료에 따르면 캐나다는 2000년 이후 부동산 가격이 지속 상승하면서 20년 새 4배 가까이 뛴 상태다. 구매력평가환율을 반영한 캐나다의 평균 집값은 2010년 전후 미국을 앞지르기 시작해 올해 40% 이상 높게 나타났다. 이에 따라 2020년 'UBS 글로벌 부동산 버블지수'에서 캐나다 주요 도시들은 거품 위험이 가장 큰 그룹으로 분류되기도 했다.

캐나다의 집값 상승에는 외국인 투자 외에 저금리와 친이민정책, 일부 지역의 주택 공급 제한 등 여러 요소가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사실 외국인 주택 구매자를 정확하게 추적하는 건 쉽지 않다. 구매자가 이중 국적이거나 기업을 통해 매입이 이뤄져 신원을 알 수 없는 경우는 외국인 구매로 계산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많은 현지인들은 외국인, 특히 중국 부유층의 투자가 집값을 밀어올리는 원인이 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실제로 캐나다 국립은행 자료에 따르면 2015년 한 해 동안 중국인이 밴쿠버와 토론토 부동산 시장에서 사들인 물량은 각각 전체 물량의 33%, 14%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중국인이 캐나다에서 가장 선호하는 투자처로 알려졌던 밴쿠버는 2019년 평균 주택가격이 2005년 대비 3배 넘게 뛰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외신에 따르면 2000년 전후 중국인의 부동산 투자는 밴쿠버와 토론토에 집중됐으며 최근에 가장 핫한 지역은 오타와, 몬트리올이다.

부동산 폭등에 캐나다 지자체들은 2016년 이후 외국인 특별취득세, 중과세 등 세금을 신설하고 세율을 올리는 등 단계적으로 규제를 강화해왔다. 밴쿠버가 속한 브리티시컬럼비아주는 중국 본토에 거주하는 중국인들이 주택을 구매한 뒤 주민·소득세를 납부하지 않은 채 공실로 방치하는 문제가 불거지자 4년 전부터 투기·빈집세를 도입하고 있기도 하다.

이 같은 정책들로 캐나다 부동산은 잠시 안정세에 접어들기도 했지만, 코로나19 이후 초저금리 기조와 맞물리면서 다시 과열 조짐이 보이고 있다. 또한 어느 한 지자체에서 규제책이 부과되면 투기성 자본이 다른 지역이나 도시로 옮겨가며 주택가격을 끌어올리는 풍선 효과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이에 올해 초 캐나다 정부는 일부 지자체에서만 시행 중이던 외국인 부동산 취득 중과세 제도를 전체 연방정부 차원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日언론 "코로나 이후 중국發 원격쇼핑 유행"

도쿄 도심 치요다구에 있는 고층 빌딩들. [사진=연합뉴스]
일본도 중국인들의 주요 투자처 중 하나다. 가장 선호되는 지역은 도쿄 중심부, 홋카이도, 오키나와 등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에서 중국 자산가들의 부동산 투자 붐이 가장 주목받았던 시기는 2017년 전후였다. 일본 농림수산성 자료에 따르면 그해 일본 산림을 구매한 외국인 중 80%가 중국계였다.

닛케이 등 일본 매체에 따르면 꾸준히 이어지던 일본 부동산에 대한 중국발 수요가 지난해 말부터 다시 불붙는 모양새다. 여기에는 미중 갈등 여파와 중국의 부동산 버블, 중국 당국의 규제로 인한 불안감 등이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중국계 부동산 기업 Juwai IQI 조사에서 지난해 일본은 중국인의 해외 투자 선호지 순위 2위에 오르기도 했다. 코로나19 이후 일본을 직접 찾는 중국인은 거의 사라졌지만 매물을 직접 보지도 않고 사들이는 원격 투자가 잇따르고 있다는 후문이다.

중국인들이 일본 부동산을 사들이는 것은 지리적 근접성 말고도 일단 미국·유럽은 물론 중국 주요 도시에 비해 가격이 싼 편이기 때문이다. 임대수익면에서도 베이징은 보통 1%대에 그치는 데 반해 도쿄 중심가는 3~4% 이상 보장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인들의 부동산 매수가 논란이 되는 가운데 지난 6월 일본 국회는 해외 자본에 의한 안보 관련 중요 지역 토지 이용을 규제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中 자본, 과거 미얀마 부동산 폭등 배후 지목되기도

지난달 미얀마 양곤에서 군부에 대항해 시위중인 시민들.[사진=연합뉴스]
군부 쿠데타가 발생한 지 200일이 지났지만 유혈사태가 끊이지 않는 미얀마에서도 과거 부동산 폭등 현상이 발생한 바 있다. 2012년 개혁개방 물결을 타고 세계 각국에서 해외 자본이 물밀듯 유입되면서 미얀마 부동산 가격은 천정부지 치솟았다. 당시 경제 중심지이자 제1도시 양곤의 낡아빠진 100평짜리 저택도 호가로 50억원을 훌쩍 넘을 정도였다. 그리고 이 같은 폭등의 배경에 중국발 자본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중국 자본은 다른 나라보다 한발 앞선 2011년부터 밀려들기 시작했는데 이들이 양곤 곳곳의 부동산을 매입하면서 가격이 올랐다는 풍문이 현지에서 돌았다. 중국이 미얀마의 제도나 국적으로 인한 장벽을 넘기 위해 정권 교체를 앞둔 군부를 꼬드겨 국유지를 사유화한 뒤 미얀마 국적을 가진 화교들을 동원해 많은 땅을 사들였다는 것이다.

미얀마는 전통적으로 중국에 대한 정치·경제적 의존도가 매우 높다. 시진핑 정부의 대외 정책 핵심인 '일대일로'의 거점국인 만큼 중국이 많은 공을 들여온 나라이기도 하다. 특히 양곤은 중국 쿤밍에서 시작되는 철도와 가스관이 지나기 때문에 중국 금융기관들까지 나서 부동산을 사들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2016년 무렵 미얀마의 부동산 거품이 꺼지기 시작하면서 부동산 열풍도 급속도로 사그라들었고, 동시에 중국발 투자도 잠잠해졌다. 현재 미얀마 부동산 시장은 코로나 19에 쿠데타까지 겹치며 외국인들까지 빠져나가 침체일로다.

자국 자산 신뢰하지 않는 중국인들, 해외 부동산 쇼핑에 몰두

사업 확장과 최근 중국 당국의 부동산 규제 여파로 자금난을 겪고 있는 중국 최대 민영 부동산 회사 헝다. [사진=연합뉴스]
중국 국가 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중국 주택가격은 2000년에서 2019년까지 19년 새 5배 넘게 뛰었다. 지난해 초 코로나19로 소강상태를 보이긴 했지만, 중국 부동산 시장은 다시 뜨거워지면서 5월에 이미 전년 동기 대비 매도 규모가 16%나 늘었다. 중국에서도 "사놓으면 오른다"는 부동산 불패 신화가 존재하는 이유다. 장기간 이어진 부동산 투기 열풍에 최근 시진핑 정부는 역대급 고강도 규제 칼을 뽑아든 상황이다.

중국 인민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중국 도시 주민가구의 주택 보유율은 90%를 훌쩍 넘는다. 이들 가구의 평균 주택 보유 수는 1.5채다. 그럼에도 그들은 만족하지 않고 2채, 3채를 가지려 한다. 게다가 중국인들은 부유층을 중심으로 해외 부동산에 엄청난 돈을 쏟아붓는다.

중국인들은 왜 그토록 해외 부동산 쇼핑에 열을 올릴까. 이에 대해 일본 후나이 종합연구소는 크게 세 가지 이유를 들었다. 먼저 중국인들의 중국 내 자산에 대한 신뢰가 높지 않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중국에서 토지 등 부동산은 모두 국가에 귀속된다. 거래되는 건 최장 70년 장기 사용권이라고 할 수 있어 물려주기도 어렵다. 미국 뉴욕타임스도 중국인이 선진국 부동산에 눈을 돌리는 이유로 임대수익 외에 중국 정부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자산을 보전하려는 동기가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인은 또한 해외 실물자산을 사놓음으로써 위안화 약세에 따른 위험을 분산시킬 수 있다.

둘째로 교육과 생활여건 때문이다. 더 좋은 교육여건에 대기오염 등이 없는 깨끗한 자연환경을 갖춘 나라의 부동산을 구입하면 자녀교육뿐 아니라 차후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얻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중국인들도 근래 자국에서 집을 사기가 점점 더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베이징, 상하이, 선전 등 중국 주요 도시의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뛴 데다 2018년 이후 부동산법으로 2채 이상 집을 소유하는 것이 까다로워졌다. 이 법은 어떤 지역에서 집을 사려면 그 지역에서 5년 이상 살고 의료보험도 3년 이상 납부할 것을 조건으로 해 외부인의 주택 구매를 원천 봉쇄하고 있다. 이 같은 부동산 규제는 중국인들로 하여금 해외로 눈을 돌리게 하는 원인중 하나로 지적돼 왔다.

내국인 부동산 거래 역차별 논란…"中과 상호주의 해야" 주장도

지난해 8월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부동산 정책을 규탄하는 시민단체.[사진=연합뉴스]
중국은 주택 구매 시 자국인과 외국인 간에 차등을 둔다. 첫 주택이면 중국인은 분양가의 80% 이상을 대출받을 수 있지만 외국인은 그보다 적은 70%까지만 대출된다. 서류 등 구비 조건도 훨씬 까다롭다. 이에 반해 한국에서 중국인을 포함한 외국인은 내국인과 동등하게 신고만으로 한국 부동산을 취득할 수 있다.

현재 한국에서 내국인은 대출 제한과 세금 등 부동산 거래에 대해 각종 규제에 묶여 있다. 금융당국은 중국인을 포함한 외국인에게도 똑같은 규제가 적용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들이 자국 금융기관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경우 손쓸 방법이 없고 과세에도 빈틈이 있어 규제 사각지대에 있다는 지적이 계속 돼 왔다. 이에 한국 땅에서 한국인이 되레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불만도 끊이지 않았다.

특히 중국의 경우 상호주의 관점에서 형평성 문제가 더 제기돼 왔다. 한국인이 중국 부동산에 투자하기는 중국인보다 훨씬 어려운 데다 중국에서 부동산 구매란 소유권이 아닌 장기 사용권일 뿐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태영호 의원이 대표 발의한 '부동산거래신고법' 개정안은 입법예고 후 지난 6일 종료 시점까지 6000명 가까이 찬성 의견이 쇄도하는 등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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