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적 성장한 IT의 그늘…'네이버 사태' 결국 정부 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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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6.08. 오전 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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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이동우 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지난달 네이버 개발자의 극단적 선택 배경엔 과도한 업무와 모욕적 언행이 있었다는 정황이 확인됐다. 사측이 문제 상황을 인지했음에도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수평·자율적 문화를 앞세워 폭발적 성장을 해온 IT 기업의 어두운 면이 여실히 드러났다.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 노동조합 네이버지회 '공동성명'은 7일 기자회견을 열고 자체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고인의 사망은 회사가 지시하고 방조한 명백한 업무상 재해로, 이를 묵살한 경영진과 회사의 잘못 역시 매우 크다"고 주장했다. 앞서 한 네이버 직원은 지난달 25일 오후 1시쯤 성남시 분당구 인근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현장에서는 고인이 평소 업무상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내용의 메모가 발견됐고, 임원 A씨가 가해자로 지목됐다.



"터널 속 걷는것 같아 괴로워" 고인의 말 무시한 경영진·회사


7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그린팩토리 앞에서 열린 '동료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한 진상 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노동조합의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이 날 네이버 노조에 따르면 임원 A씨는 고인을 상대로 야간·휴일·휴가를 가리지 않고 지나친 업무지시를 했다. 회의 중 물건을 던지고 모멸감이 느껴지는 면박을 주며, 담당이 아닌 업무까지 지시한 사례도 확인됐다. 고인은 동료에게 "임원 A와 미팅할 때마다 자신이 무능한 존재로 느껴지고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속을 걷고 있는 것 같아 괴롭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고인의 사례 외에도 임원 A씨에 대한 지속적인 문제 제기가 있었지만 회사 측에서 묵살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2019년 5월 고인을 포함한 팀장 14명이 최모 COO(최고운영책임자)를 찾아가 임원 A씨의 문제적 언행과 조직 운영 방식을 지적했지만 변화는 없었다. 오히려 회의에 참여한 일부 팀장의 경우 직위가 해제되거나 퇴사하는 결과가 발생했다.

올해 3월4일에는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한성숙 대표가 포함된 회의에서 A씨의 책임 리더 선임 정당성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노조는 인사 담당 임원이 "책임 리더의 소양에 대해 경영 리더와 인사위원회가 검증하고 있으며 더욱 각별하게 선발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했다며 회사와 경영진의 묵인·방조를 지적했다.



창업자의 강한 영향력 아래 놓인 조직, 책임자 처벌은?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 사진=뉴스1
네이버는 리스크관리위원회를 꾸려 진상조사에 나섰지만, 이를 보는 직원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최모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임명한 사외이사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공정한 결과가 나오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GIO와 삼성SDS 시절부터 동고동락한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리는 최모 COO에 어떻게 책임을 묻겠냐는 것이다. 최모 COO는 네이버 핵심 계열사인 네이버파이낸셜의 대표도 맡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기업 같은 상명하복 문화와 창업주의 강한 입김이 이같은 사태를 빚었다고 지적한다. 그간 수차례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지만, 조직 내부의 잡음으로만 치부돼 왔다는 것이다. 이에 노조 측은 추가적인 자체조사와 더불어 고용노동부 성남지청에 특별근로감독을 신청한다고 밝혔다.



공룡IT 기업 조직관리는 여전히 벤처 수준…초과근무, 괴롭힘 만연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업계에서는 네이버뿐만 아니라 여러 IT기업의 노동 이슈를 두고 '터질게 터졌다'는 반응이 나온다. IT붐과 코로나 19로 압축성장한 기업들이 몸집을 불리고 대거 신사업에 진출하며 업무강도는 갈수록 배가되고 있다. 그만큼 경쟁이 가열되지만 조직·노무 관리 등은 여전히 2000년대 초반 벤처기업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다.

IT업계가 추구하는 수평·자율적 문화도 허울에만 그쳐 오히려 소통의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창업자의 절대적 영향력 하에 오랜기간 함께 일해온 임원이나 조직장 등의 권한이 절대적인 가운데 중간 관리자 역할이 모호해지며 직장 내 따돌림 등에 악용되는 사례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호칭만 수평적이고 업무 지시나 행동은 군대식이라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연초 카카오의 인사평가 논란도 조직관리가 성장을 미처 따라가지 못하며 생긴 것"이라며 창업 초기 '형동생'하며 과로와 희생을 당연시하던 관행과 창업 동지들의 끼리끼리 문화를 대기업이 된 이후에도 떨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동우 기자 canel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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