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이커머스를 강화했더니…블로그 암거래 시장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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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7.27. 오전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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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만원 안팎이던 블로그 임대 가격, 최근 두배가량 ↑
네이버 이커머스 확대에 마케팅 업체 블로그 수요 증가


네이버 블로그를 암암리에 사고 파는 시장이 갈수록 커지는 추세다.[사진 연합뉴스]
“블로그 쉐어하세요. 6개월에 200만원 지급합니다.” 네이버에 블로그를 개설한 운영주라면 이런 내용의 쪽지나 메일을 숱하게 봤을 거다. 블로그를 양도하거나 임대하란 은밀한 요구는 이미 사회적으로 여러 차례 공론화가 됐다.

그럼에도 근절은커녕 시장이 되레 커졌다는 게 온라인 광고업계의 주장이다. 암암리에 사고파는 만큼 정확한 규모를 따질 순 없지만, 매년 1만건 안팎으로 거래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몇 년 전만 해도 블로그 운영권을 6개월간 빌려주는 쉐어의 가격이 50만~80만원에 형성돼있었는데, 올해 들어선 150만~200만으로 훌쩍 오른 상황”이라면서 “요샌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도 손쉽게 마주할 수 있을 정도로 흔해졌다”고 설명했다.

블로그 매매에 지갑을 여는 주체는 온라인 광고대행사다. 이들은 보통 식당·보험·로펌·병원 등을 고객으로 두고 있다. 네이버의 검색포털에서 광고주의 홍보글이 걸리는 게 목표다. 네이버 블로그 검색엔진의 ‘최적화’를 노리기도 한다. 광고주 관련 정보가 여러 블로그에 게시돼 있으면, 검색 알고리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거라는 분석 때문이다.

이들 업계에선 어떤 블로그가 더 영향력이 있는지를 따져보기도 한다. 각자의 평가 기준에 따라 확인된 영향력을 ‘블로그 지수’라고 하는데, 이는 블로그를 거래할 때의 가격 지표가 된다.

물론 블로그 지수는 네이버가 공인한 기준은 아니다. 애초에 블로그를 사고파는 것 자체가 네이버의 이용약관을 위반한 행위다. 네이버는 “본인의 계정을 다른 사람이 사용하게 할 수는 없다”고 명시해뒀다.

그럼에도 ‘블로그 암거래 시장’의 전망은 밝다. 블로그 마케팅 업체 관계자는 “다른 업체도 공격적으로 블로그를 사들이고 있는지 최근 들어 수요보다 공급이 부족해졌다”면서 “개설 기간이 제법 긴 블로그 계정주를 향한 양도 요구는 앞으로도 꾸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는 네이버의 이커머스 기능 강화 전략에도 큰 관심을 두고 있다. 네이버가 쇼핑플랫폼으로 진화하면 관련 광고 수요도 늘어날 거란 전망 때문이다. 네이버는 현재 검색 플랫폼 경쟁력을 바탕으로 이커머스 분야까지 영역 확대에 나서고 있다. 이 회사는 검색을 기반으로 상품과 가격을 비교하는 것으로 이커머스 사업을 시작했다. 지금은 스마트스토어 플랫폼을 기반으로 유저의 온라인 쇼핑 경험을 다각적으로 개선하는 게 목표다. 이커머스 시장 공략의 성과도 점점 드러나고 있다. 올해 2분기 이 회사의 커머스 사업 매출은 3653억원에 달한다. 전년 동기 대비 42.6%나 증가한 수치다.

네이버 블로그 암거래의 폐해는 작지 않다. 만약 광고업체가 사기나 과대광고 등의 문제를 일으킬 경우, 처벌 대상으로 블로그 명의자가 첫손에 꼽히게 된다. 설령 업체가 쓴 글이란 걸 증명하더라도 계정을 제공한 데 따른 책임까진 피할 수 없다. 개인정보 유출은 물론 개인정보 판매와 같은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도 크다.

문제는 포털 플랫폼은 이런 거래를 막을 뾰족한 수단이 없다는 점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광고글이 반복적으로 게시되는 블로그를 타깃으로 꼼꼼히 모니터링하고 불법 요소엔 수사기관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블로그 양도가 은밀하게 이뤄지다 보니 선제적으로 거래 자체를 근절할 뾰족한 수단은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블로그 서비스 운영정책을 통해 블로그 계정 거래와 실제 사례를 안내하고, 정량·정성적인 다양한 요소를 참고해 검색 랭킹 알고리즘을 지속 고도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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