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폭언·폭행에 줄퇴사”…네이버 해피빈 ‘직장 내 괴롭힘’ 폭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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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8.31. 오후 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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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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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장·대표 괴롭힘 호소하던 직원들 ‘줄퇴사’
노조 “특별근로감독 진정 검토”
네이버 “면담기록 등 확인 결과 폭언·폭행 등 없어”
해피빈 누리집 갈무리. 해피빈은 네이버의 사회공헌재단으로 온라인 기부 플랫폼 등을 운영하고 있다.


“업무 압박에 중등도 우울증 진단을 받고 1년 넘게 약물 치료를 한 끝에 퇴직했다. 스스로를 해피빈재단의 ‘생존자’라 생각한다.”(전 직원 ㄱ씨)

“대표는 자신이 ‘큰아빠네(본사)에서보다 (지시를) 살살 하는 것’이라고 공공연히 말했다. 실장의 괴롭힘을 신고해도 ‘알고 있다’는 답만 돌아왔다.”(전 직원 ㄴ씨)

네이버가 운영하는 공익재단인 ‘해피빈’에서 지난 2015년부터 최근까지 직장 내 괴롭힘이 지속적으로 있어왔다는 전직 직원들의 폭로가 나왔다. 실장의 폭언 등에 고통을 느낀 다수 직원들이 퇴사했고, 재단 대표인 최인혁 전 네이버 부사장은 직원들의 피해사실을 보고 받고도 가해자로 지목된 실장을 감쌌다는 주장이다. 네이버 노조인 ‘공동성명’은 해피빈에 대해 고용노동부 특별근로감독 진정 등을 검토 중이다.

31일 공동성명의 진상조사 결과, 직원 20여명 규모의 해피빈에서는 최 대표가 부임한 지난 2015년 이후 15명 이상이 회사를 떠났다. 이들 중 5명 이상은 ㄷ실장의 폭언이나 최 대표의 업무 압박을 못 이겨 사표를 냈다고 공동성명에 증언했다. ㄷ실장은 펀딩·모금·공익캠페인 등 해피빈 서비스를 총괄하는 인사다.

전직 직원들은 공동성명에 회의 자리에서의 폭행·모욕 등을 주로 증언했다. 전 직원 ㄹ씨는 <한겨레>에 “ㄷ실장은 회의 등 여럿이 모인 자리에서 한 사람을 특정해 호되게 질책하는 일이 잦았다”며 “회의실에서 직원에게 소리를 지르며 손찌검을 해 그 직원이 신경정신과 치료를 받다가 곧 퇴사한 일도 있었다”고 전했다. 전 직원 ㅁ씨도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그는 팀장 때부터 다른 팀 업무진행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너희 팀 직원이 조직 이미지를 흐린다’며 고성을 질렀다”고 말했다.

ㄷ실장 등이 신체·외모를 소재로 한 농담에 고통을 호소한 이들도 있다. 전 직원 ㅂ씨는 “여러 사람 앞에서 신체부위에 대해 농을 하거나 ‘시술을 받으라’고 말해 모욕감 느끼는 동료들이 많았다”며 “불쾌했지만 따라 웃지 않으면 이들이 (굳은) 표정을 지적해 동조해야 했다”고 말했다.

전직 직원들은 ㄷ실장의 행동에 쉽게 문제제기 하기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ㄴ씨는 “ㄷ실장은 평소 ‘사람이 적은 회사여서 무슨 말을 하든 다 돌게 돼 있다’는 등의 말을 반복해 힘든 일을 당해도 (외부에) 이야기하기가 어려웠다”며 “해피빈 인사부서에서 직장생활 고민 관련 익명 투서를 받으려 하자 ㄷ실장이 인사부서를 찾아가 ‘직원들 귀찮아한다’며 막았다”고 전했다. 전 직원 ㅅ씨도 공동성명에 “실장이 조직원 (성과를) 평가하고 인센티브·연봉을 책정할 수 있으니 아무도 문제제기 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된다. 업무 범위를 벗어난 잘못된 행동들을 해도 제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노조에 증언한 이들은 직원들이 여러 차례 ㄷ실장의 괴롭힘 내용을 조직 관리의 총책임자인 최인혁 대표에게 알렸지만 별다른 조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ㅅ씨는 “(실장의) 괴롭힘이 시작되고 얼마 후 대표에게 문제를 알렸지만 ‘조직문화가 뭐가 중요하냐’는 대답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오히려 최 대표가 대기업 공익캠페인 유치 실적 등으로 직원들을 압박해 그로 인해 퇴사하는 사람이 나오기도 했다는 게 직원들 주장이다. ㄱ씨는 “최 대표는 ‘직원들은 언제든 대체될 수 있다’, ‘내가 그만두게 해도 제 살 길 찾아서 가더라’ 등의 말을 (공공연히) 했다. 당시 10년차 이상 경력자였던 내가 ‘무능한 사람’이라는 생각에 시달렸다”며 “나중에는 상대의 간단한 질문에도 (주눅이 들어) 말이 나오지 않는 공황 증세가 생겼다”고 털어놨다. 그는 퇴직 후 2년 넘게 심리상담 등의 치료를 받았다.

네이버 직원들 사이에서는 해피빈의 상황이 지난 5월 네이버 본사의 직장 내 괴롭힘 사건과 ‘닮은꼴’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최 대표는 지난 5월 네이버 본사 직원이 직장내 괴롭힘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의 책임자로 지목돼 그룹 최고운영책임자(COO)에서 사퇴한 바 있다. 당시 최 대표는 직원들 면담 등으로 직장 내 괴롭힘 정황을 알았지만, 노조 조사결과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공동성명은 회사에 진상조사를 요구하고, 고용노동부 특별근로감독 진정도 검토중이다. 오세윤 공동성명 지회장은 “지난 네이버 직장내 괴롭힘 사건에 책임이 있는 경영진이 대표로 있는 곳에서 유사한 문제가 있었다. 괴롭힘을 방지해야 할 책임을 가진 대표가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며 “진상조사, 재발 방지책 마련 등 회사의 자체 노력이 미흡하면 특별근로감독 요청 등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네이버 본사 관계자는 “해피빈 쪽에서는 조직장 면담, (인사부서의) 직원 1대1 면담, 퇴직자 면담 기록 등을 확인한 결과 폭언·폭행 등 폭력행위가 없었다는 입장”이라며 “ㄷ실장도 ‘절대 그런 적이 없다’고 했다”라고 전했다. 최 대표는 <한겨레>에 “전할 말이 없다”고 밝혔다. ㄷ실장은 여러 차례 연락을 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고 ‘본사 홍보팀 통해 입장을 밝히겠다’고만 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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