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계열사 처우 문제… 또 내홍 불거진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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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07.19. 오후 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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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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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계열사, 본사와 임금 격차에 단체행동 예고
네이버 “각 계열사는 독립법인, 알아서 해결해야”

지난해 6월 7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 그린팩토리 앞에서 열린 '동료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노동조합의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네이버 노조 '공동성명' 관계자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불거진 직장 내 괴롭힘 문제로 대표이사까지 교체하며 쇄신 의지를 밝혔던 네이버가 계열사 직원 처우 문제와 관련해 내홍을 겪고 있다. 계열사 직원들이 소속된 네이버 노조는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파업이 가능한 쟁의권을 계열사 별로 획득해 본사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최악의 경우 네이버 서비스가 중단되는 사태에 달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나온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의 리더십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다.

지난 18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산하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화섬노조) 소속 네이버지회(네이버 노동조합 공동성명)에 따르면 엔테크서비스(NTS), 엔아이티서비스(NIT), 컴파트너스, 그린웹서비스, 인컴즈 등 네이버 계열사 5곳은 노조원을 대상으로 쟁의활동에 대한 찬반투표를 실시했고, 그 결과 NTS 94.55%(투표율 97.53%), NIT 95.45%(투표율 97.78%), 컴파트너스 86.05%(투표율 100%), 그린웹서비스 91.58%(투표율 94.06%), 인컴즈 86.61%(투표율 93.38%)의 찬성률로 쟁의행위가 가결됐다. 쟁의행위는 노조가 주장을 관철할 목적으로 행하는 파업·태업 등의 활동으로, 고용노동부 산하 중앙노동위원회가 노사 양측의 대립이 첨예해 더이상 노사간 조정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돼 내리는 ‘조정중지’에 따라 노조원의 찬반투표를 통해 결정된다.

NTS·NIT·컴파트너스·그린웹서비스·인컴즈 등은 네이버가 지난 2009년 3월 설립한 네이버아이앤에스(I&S)의 계열사로, 디자인·개발·테스트에 필요한 인프라나 검색포털·메신저 서비스를 운영하고 보안 서비스를 제공한다. 몸집이 비대해진 네이버가 전체 서비스 등을 온전히 홀로 감당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역할별 회사를 둬 기능을 나눈 것이다. 그린웹서비스는 광고 검수, 카페·블로그·지식인 등 커뮤니티 서비스 운영과 함께 뉴스·증권·부동산·지도·영화 등 콘텐츠 페이지 관리도 하고 있다.

이들 계열사들은 별도의 수익 활동 없이 오로지 네이버 서비스가 잘 운영되기 위해서 존재한다. 그러나 신입사원 초봉은 본사 직원의 50~60%에 불과하다는 게 노조 설명이다. 가장 연봉이 적은 곳은 2500만~2600만원으로, 약 4500만원인 네이버와 비교해 2000만원의 차이가 있다. 이에 노조 측은 지난 4월 네이버 노사가 합의한 임금·단체협약을 바탕으로 사측에 계열사 직원 임금 10% 인상, 매월 15만원의 복지포인트 지급, 직장 내 괴롭힘 전담 기구 설치, 조직문화 진단 및 리더십 교육 등을 요구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가 지난 8일 서울 중구 더존을지타워에서 열린 데이터·인공지능 분야 투자애로·규제개선 현장 간담회에 참석해 한덕수 국무총리의 모두발언을 듣고 있다. /뉴스1

노조 측은 문제 해결을 위해 최수연 네이버 대표와 본사가 직접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본사가 이들 계열사에 대한 대표 인사 평가와 예산 배분 등 권한을 가지고 있어서다. 노조 측은 “경기, 강원, 서울 등 3개 지방노동위원회에서도 지난달 30일 2차까지 진행된 조정 과정에서 지배기업인 네이버의 개입 없이는 5개 계열사의 교섭 체결이 불가능하다는 데 공감했다”고 했다.

반면 네이버는 독립 법인인 각 계열사가 적정 수준에서 직원들과 합의를 봐야한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한 내부 관계자는 “계열사별 담당 업무가 다르고, 그에 따른 업계 평균 임금도 다른데 본사와 같은 수준의 임금 인상률을 일괄적으로 적용할 순 없다”라며 “사측은 앞서 ‘팀 네이버’ 사기 진작 등 여러가지 고려 사항을 검토해 한자릿 수의 인상률을 제시했으나, 노조 측이 거부했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 대표가 노조 측과의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있을지에 대해 업계 시각은 부정적이다. 네이버가 이미 상당한 인건비 부담을 앉고 있는 상황에서 계열사 인건비까지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네이버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올해 1분기 인건비가 포함된 영업비용으로 전년 같은기간 대비 27.5% 늘어난 1조5434억원을 썼다. 이 때문에 네이버의 1분기 영업이익은 전망치를 하회하며 부진했다. 당시 최 대표는 “올해부터 인건비 등의 비용을 효율화하는 데 집중할 예정이다”라며 “수익성이 개선될 수 있을 걸로 예상한다”고 했다.

네이버와 5곳 계열사 사이에 네이버I&S가 있다는 점도 최 대표의 직접 개입을 어렵게 하는 부분이다. 현재 단체교섭이 가능한 노사관계는 직접 고용관계를 이루고 있는 모회사와 자회사로만 한정하고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와 NTS 등 5곳 계열사와의 관계는 이를테면 ‘손자관계’여서 직접 교섭 의무가 없다”고 했다.

노조 측은 다음주 내로 기자회견을 열고 향후 활동 방향 등을 결정할 예정이다. 이들이 만일 파업을 선택할 경우 네이버 서비스 전반의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임금 협상을 요구하는 계열사 중에는 고객관리 업무를 도맡아하는 곳도 있어 파업이 현실화하면 네이버로서는 피해가 막심할 것”이라며 “노조도 하락장이 이어지는 와중에 무리한 요구만 고집하지 않을 것으로 보여 결국 양 측이 조금씩 양보해야 할 것이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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