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쿠팡보다 다양하게, 쿠팡만큼 빠르게” 경쟁 후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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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3.22. 오전 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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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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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내후년 빠른 배송 90배 확대
2025년 이커머스 점유율 30% 목표”


연간 161조원 규모의 국내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시장을 놓고, 네이버와 쿠팡 두 맞수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뉴욕증시 상장으로 확보한 4조원대 실탄을 무기로 올해 ‘빠른 배송’을 위한 물류에 집중 투자하려는 쿠팡에 맞서, 네이버는 하반기 구독·렌탈·명품 등 온라인 쇼핑 경험 확장과 물류 동맹 구축을 예고하고 나섰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소비자들의 비대면 쇼핑 경험이 급격히 축적된만큼, 올해가 ‘코로나 이후’ 시대 이커머스 시장의 주요한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 렌탈시장 온라인화 성공할까


21일 업계 설명을 종합하면, 지난 17일 네이버는 증권사 연구원들을 대상으로 비대면 설명회를 열고 커머스 사업부 성장전략과 목표를 밝혔다. 지난해 국내 이커머스 시장점유율 17%(거래액 28조원)로 ‘위태로운 1위 사업자’인 네이버는 2025년엔 점유율 30%를 확보하겠다는 공격적인 목표를 내세웠다. 지난해 쿠팡의 점유율은 약 13%로 네이버에 약 4%포인트 뒤처져 있다. 두 회사는 각각 ‘검색’과 ‘배송’이라는 경쟁력을 무기 삼아 규모를 키워왔다.

네이버가 새로이 내놓은 대응책은 ‘쿠팡보다 다양하게, 쿠팡만큼 빠르게’로 요약된다. 우선 눈에 띄는 건 정기구독과 렌탈 등 다양한 쇼핑 방식의 도입이다. 온라인 쇼핑은 그간 한 상품을 살 때마다 결제하는 ‘즉시 구매’가 중심이었다. 그러나 최근 온라인 라이브커머스(라이브방송 쇼핑)의 인기와 정기구독 결제에 대한 관심이 커짐에 따라, 네이버는 라이브 스타를 육성하는 플랫폼(브랜드커넥트)을 구축하고 정기구독에 멤버십 혜택을 확대하는 등의 서비스를 7월 중 선보일 예정이다.

관심은 네이버가 렌탈 시장의 온라인화에도 성공할지 여부다. 렌탈은 계약자의 ‘신용평가’가 필수적이라 그간 오프라인 시장을 벗어나기 어려운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 네이버는 이를 네이버페이와 파이낸셜에 쌓인 신용·금융정보와 멤버십 등 기존 서비스를 활용해 독자적인 렌탈 모델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16일 네이버와 신세계가 맺은 지분협약에서 예고됐듯, 오는 7월부터 ‘럭셔리 부티크관’을 열어 이커머스의 약점이었던 명품 브랜드를 다룰 예정이다.



■ ‘동맹 구축’으로 물류 공략도


물류에서는 ‘동맹 구축’에 공을 들였다. 네이버는 오는 7월에 NFA(네이버 풀필먼트 얼라이언스)센터를 열어 판매자 42만명의 수요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쿠팡이 자체 구축한 물류센터에 직매입한 상품을 빠르게 배송(로켓배송)하거나, 납품업체의 제품을 보관했다가 곧장 보내주는 풀필먼트서비스(제트배송)로 시장을 치고 올라온 경험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네이버가 선보일 NFA는 쿠팡의 ‘제트배송’과 비슷한 구조이지만, 배송까지 도맡는 쿠팡과 달리 씨제이(CJ)대한통운에 일임하는 게 특징이다. NFA에서는 주요 브랜드 생필품은 대한통운, 신선식품은 이마트, 대형가전·가구는 하우저, 소상공인 물류는 정보기술(IT)물류플랫폼 기업 에프에스에스(FSS) 등이 각각 전담할 예정이다. 네이버 쪽은 “2023년까지 현재 보다 빠른 배송 규모를 90배 늘리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다만 전 국민에 대한 빠른 배송의 목표는 쿠팡이 훨씬 이르게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 쿠팡의 경우, 현재 국민 70%가 물류센터와 7마일(약 11㎞) 거리 이내에 거주 중이다. 쿠팡은 이 범위를 전 국민으로 넓힐 수 있게 약 1조원을 들여 물류센터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네이버의 새로운 전략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대체로 우호적이다. 이문종 신한금융투자 수석연구원은 “네이버쇼핑과 쿠팡의 지난 1월 거래액 성장은 유사하며, 네이버는 파트너십을 통해 부족한 부문을 완벽히 보완해 나가고 있다”며 “경쟁사(쿠팡)의 빠른 배송과 물류 투자에도 크게 걱정할 이유는 없다”고 평했다. 지난 19일(현지시각) 기준 쿠팡의 시가총액은 약 770억달러(약 87조원), 네이버는 66조원이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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