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권일구 기자]한 회사의 사장이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가 어떤 곳인지 모른다면 일을 하는 직원도, 일을 시키는 사장 입장에서도 서로의 의견 충돌은 불 보듯 뻔하다. 이는 건축주와 건설사·건축사에게도 똑 같이 적용될 수 있다. 이런 논쟁을 애초에 없애 주면 어떨까. 평범한 중소건설사의 현장기사로 몸담고 있던 이승기 하우빌드 대표의 ‘어떻게’ 라는 물음표는 지금의 건축 IT플랫폼 ‘하우빌드’를 창업하게 된 원동력이 됐다. 그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승기 하우빌드 대표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이승기 하우빌드 대표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머릿속 기술력, 데이터화

이승기 대표는 중소건설사 현장 기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현장에서 일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건축주가 되어 건축을 한다고 해도 쉽게 손 댈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 초년생, 아직 건축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은 상황에서도 이 일이 건축을 하려고 하는 분들에게 정말 어려운 일임을 세삼 느꼈다. 당시 건축이라는 환경자체가 현장기사나 현장소장으로써 일을 할 수 없었다.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이 환경 내에서 할 수 없으면 환경을 바꿔보면 어떨까’하는 짧은 생각으로 창업에 나서게 됐다. 사명인 하우빌드는 한자로 어찌 ‘하(何)’ 집 ‘우(宇)’, 영문으로는 ‘하우빌드(HowBuild)’. 어떻게 건축을 하는 것이 가장 좋은 건축을 할 수 있는 것인가. 그것을 찾아가는 회사를 뜻한다.

이승기 대표는 “공사비 5억~200억원 규모 정도의 건설사들은 사실 현장 소장의 기술력에 의지를 하고 있다”며 “현장 건축물 품질 등이 현장 소장에게 좌우되는 그런 구조다”고 지적했다. 사실 건설기술력이 축적이 안 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현장 소장들이 쌓아 놓은 기술은 자신만이 가지고 있을 뿐 문서상으로도 전혀 공유가 안 되고 있어서다.

창업할 당시가 2003년이다. IT의 개념이 잡히지 않은 시기였다. 지금은 인터넷 환경이 너무 좋지만, 그때는 현장에서 모뎀을 꼽아 어렵사리 인터넷에 접속해야 할 시기. 무엇인가를 온라인상에서 관리하는 것 자체가 어려웠던 때였다. 이 대표는 “이때가 기회였다”고 강조했다. 다만, 많은 산업군 가운데 IT화가 잘 되지 않았던 분야는 농업과 건설이었다. 환경의 변화에 대한 거부감이 원이이었다. 일례로 그는 “첫 공개 입찰을 했을 때 건설사명은 전부 블라인드 처리를 하고 금액만 공개했다”며 “당시는 공사비 공개가 금기시 되던 때였다. 협박도 많이 받았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이 방향이 건설사나 건축사에게 해를 끼치는 방향이 아닌 체질을 개선할 수 있는 좋은 방법임을 설득하고 이해시키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건축주와 건설사 ‘갭’ 줄인 게 성공요인

회사로 치면 건축주는 회사의 사장이다. 그런데 건축을 전혀 모른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건축주와 건축사, 건설사 간 정보의 비대칭이 너무 크다보니 서로 대화도 원활하지 못하다. 그렇다고 건축사나 건설사에서 (비용 등)을 낮춰 줘야하는데 어렵고, 건축주 역시 올려줘야 하는데 이것 또한 어렵고 난감한 상황에 닥친다. 그래서 하우빌드는 중간에서 건축주와 건축사, 건설사가 함께 할 수 있는, 그리고 계약이란 중요한 시점이 있다. 실제 현장에서는 계약이 잘 못 돼서 생기는 문제들이 종종 발생하기 때문에 이를 어떻게 해결해 줄까 하는 고민에서 사업이 시작됐다.

예를 들어 공사를 할 때 건설사에서는 어떤 자재를 쓸지 결정이 안 된 상태에서 계약을 하게 된다. 설계도면상 유리를 어느 제품을 쓰는지, 또 공사비를 어떻게 지급할지 등 서로 결정이 안 된 상태로 계약을 한다. 공사를 하면서 이런 부분을 결정해야하는데, 이 과정에서 분쟁이 안 생길 수 없다. 당연히 건축주는 금액이 이미 결정됐기 때문에 어떻게든 예산상에서 좋은 자재와 높은 품질을 원하고, 건설사는 수익을 내기 위해서 저렴한 자재를 쓰려고 하니 이 갭만큼이 논쟁거리가 되는 것. 보통 주요 자재가 100~150여 가지이니, 산술적으로 이 정도를 논쟁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래서 건축사와 건설사를 만나기 전에 이런 일련의 과정들을 미리 다 결정을 해 놓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지금의 하우빌드가 탄생하게 된 계기다. 이 과정에서 기존에는 데이터베이스라는 것 전혀 없이 시작을 했다. 그런 것을 하나씩 만들어 나가고 있다.

이승기 하우빌드 대표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이승기 하우빌드 대표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하우빌드의 강점 ‘IT’

이 대표는 회사의 가장 큰 특징으로 ‘IT’(information technology 정보기술)을 꼽았다. 공사 진행 전 모든 현장의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 매일 공정율과 공사비 등을 모두 온라인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하고, 이를 토대로 기성금을 산출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같은 시스템을 만든 이유에 대해 그는 “모든 분쟁은 기성에서부터 발생한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빨리 받고 싶고, 건축주 입장에서는 최대한 늦게 또 적게 주려고 하기 때문이다”며 “이러한 시비를 없애기 위해선 건설사가 신청하는 기성 금액이 실제 공사 금액이어야 한다. 이를 시스템에서 계산해 주면 건설사도 과하게 청구하지 않고, 건축주도 신뢰를 갖고 기성을 지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기성이 지급됐다고 하더라도 건설사에서 하도업체에 지급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하우빌드의 경우, 건축주가 기성금을 관리계좌에 입금하면, 건설사는 출금을 할 수 없다. 하도업체에 대금지급이 먼저 이뤄지고, 이후 남은 금액인 경비 등을 건설사가 가져가게 되어있다. 그는 “하도업체는 현장에서 비용을 못 받는 경우가 거의 ‘제로’라고 보면 된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데이터는 이 회사의 장점이다. 당연히 건설기술 능력은 기본이다. 기획설계나 입찰결과 등 건축주가 옳은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해 주고, 이에 대한 결과를 관리시스템을 통해서 투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이러한 데이터는 곧 공사비를 산정하는데 사용된다. 단순히 평당 얼마가 아닌, 공정별로 세부적인 항목을 전부 뽑아 합친 금액을 건축주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공사비를 절감한 사례도 있다. 서울 역삼동 한 학원상가의 경우 건축주가 이미 여러 업체에 견적을 받은 사례다. 회사가 입찰을 하면서 공사비를 절감할 수 있는 부분을 같이 진행을 했다. 실제 외부 견적보다 10억원 정도 낮게 계약이 진행됐고 공사가 완료됐다. 여기서 제일 중요한 것은 계약하고 난 후 공사비 인상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이다. 건축주 입장에서는 예상치 못했던 비용이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입찰할 때 설계도면을 보고 과하게 책정됐거나 부족한 부분은 다 보완하고 시작한다. 그래서 계약할 때 공사비용 그대로 공사가 마무리 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승기 하우빌드 대표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이승기 하우빌드 대표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건축을 쉽고 안전하게

회사의 매출 부분에 있어서 이 대표는 할 말이 많다. 사실 얼마 전 투자를 받기 전까지 항상 손실 없이 회사를 운영해 왔다. 단 한번의 적자도 없었다. 하지만 투자 후 공격적으로 사업자체를 확장 시키고자 많은 서비스와 기술자들을 대거 영입했다. 지금 당장의 수익보다는 어떻게 하면 이 틀을 더 잘 만들 수 있을까만을 고민 중이다. 그는 “많은 분들이 하우빌드의 취지에 동감해주고 있다”며 “이 방법이 건축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을 해서 투자를 해 준 것이다”고 설명했다.

회사의 목표이자 이 대표 개인 목표는 건축을 쉽고 안전하게 하는 것이다. 또한, 건축주와 건설사들 사이에서 생기는, 또 건설사와 건축사들 사이에서 생기는 신뢰의 문턱을 회사를 통해 공감하고 함께 넘을 수 있는 날을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