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고급버거 잇따라 대박…취임후 매출 4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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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10.03. 오후 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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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주 버거킹코리아 대표

과거 신제품 만들면 본사 제동
수차례 설득후 허락받아내
이젠 제품 잘만든다 '엄지 척'

콰트로·몬스터와퍼 돌풍에
8년새 매출 4300억원 늘어
햄버거 본국 美수출도 성공
매장수에서 맥도날드 앞서


문영주 대표가 2013년 11월 취임할 당시 외국계 사모펀드(PEF) 어피너티파트너스가 보유한 버거킹의 외형은 초라했다. 맥도날드와 비교하면 매장 수와 매출 모두 4분의 1 수준에 그쳤다. 맥도날드 빅맥을 모르는 사람이 드물었지만 버거킹 와퍼를 아는 사람은 더 드물었던 시절이다. 버거킹 대표가 된 그는 회사를 일으키기 위해 '와퍼의 변주'에 초점을 맞췄다. 그의 직관은 적중했다. 대표 버거인 와퍼에 부재료를 가미한 신메뉴가 잇달아 히트를 치면서 사세를 확장하는 발판이 됐다.

문영주호(號) 버거킹 7년 차인 지난해 말 국내 버거킹 매장 수는 맥도날드를 처음 추월했다. 매장 수가 실적과 직결되는 QSR(Quick Service Restaurant) 산업 특성을 고려하면 일대 사건이었다. 최근 서울 종로구 버거킹 본사에서 문 대표를 만났다.

문 대표는 "취임 당시 버거킹은 대중 인지도가 낮지만 '와퍼 마니아'들이 즐겨 찾는 햄버거 레스토랑이었다"며 "버거킹의 가장 큰 자산은 와퍼라고 판단해 프리미엄 버거로 승부수를 띄웠다"고 말했다. 그가 처음 와퍼를 맛본 건 미국 유학 시절이던 1986년. 한국에 와서도 그릴에 패티를 구워 불맛이 강한 와퍼를 즐겨 먹었다. 자신이 즐겨 먹은 만큼 잘될 것으로 생각했다. 그렇게 그가 상설 메뉴로 만들어 2014년 2월 선보인 것이 '콰트로치즈 와퍼'였다. 4종류 치즈를 얹은 와퍼가 배우 이정재를 앞세운 광고와 만나 '와퍼 돌풍'을 일으켰다.

와퍼의 변신은 계속됐다. 2015년 '통모짜 와퍼', 2016년 '통새우 와퍼', 2017년 '트러플 콰트로 머쉬룸 와퍼', 2018년 '몬스터 와퍼' 등 해마다 프리미엄 버거가 흥행에 성공했다. 지난해 내놓은 '기네스 와퍼'는 출시 11개월 만에 판매량 1000만개를 돌파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문 대표는 "미국은 한 메뉴를 꾸준히 먹는 경향이 있지만 한국은 유행에 민감한 고급 시장"이라며 "한국 버거킹은 2개월에 1개꼴로 신제품을 내고 있으며, 대부분 목표 판매치를 웃도는 성과를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메뉴 개발에서 한국은 버거킹이 진출한 113개국 가운데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말했다. 콰트로치즈 와퍼는 미국 등 7개국에 수출됐고, 몬스터 와퍼는 대만과 말레이시아에서 출시되는 등 버거킹코리아의 제품 개발 경쟁력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신제품 출시에 우여곡절도 적지 않았다. 문 대표는 "와퍼 신제품을 낼 때마다 미국에 있는 본사 측과 갈등을 빚었다"며 "콰트로치즈 와퍼를 정식 출시할 때 '이게 되겠냐', 통새우 와퍼를 낼 때 '햄버거에 새우를 왜 넣냐'는 반발에 부딪혔다"고 말했다. 그는 "취임 후 2~3년은 다툼이 많았지만 버거킹코리아가 제품 개발을 잘한다는 믿음을 줘서 지금은 쉽게 '오케이'를 받는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의 신제품 프리미엄 버거(세트메뉴 기준 8000원 이상) 매출은 50%가 넘는다. 다른 나라 버거킹이 5~10%에 머물고 있는 점과 비교하면 높은 수치다.

와퍼의 성공은 매장 수를 확장하는 데 든든한 뒷배가 돼 줬다. 지난해 말 기준 버거킹 매장은 408개로 맥도날드(407개)를 처음 역전했다. 올해 8월 기준 버거킹 매장은 422개에 달해 매장 수를 403개로 줄인 맥도날드와 격차를 벌렸다. 2012년 버거킹 매장이 139개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3배가량 늘어난 것이다. 문 대표는 "처음부터 맥도날드보다 버거킹 매장 수가 많았던 스페인, 터키 등 국가를 빼면 버거킹 매장 수가 맥도날드를 추월한 것은 세계적으로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매장 수가 늘면서 실적도 뛰었다. 2012년 1403억원이었던 버거킹 매출은 지난해 5713억원으로 늘었다. 코로나19 여파와 버거킹 버거 원가에서 30%를 차지하는 소고기 가격 폭등이 닥쳤음에도 지난해 나쁘지 않은 성과를 냈다. 지난해 영업이익을 비교하면 맥도날드(484억원 적자)와 롯데리아(195억원 적자) 모두 적자를 기록했지만 버거킹은 82억원 흑자를 냈다.

최근 문 대표의 역점 사업은 버거킹의 디지털 전환이다. 그는 "코로나19로 소비자 구매 패턴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 갔다"며 "온라인에서 브랜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디지털 플랫폼 구축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버거킹 디지털 전략의 핵심은 애플리케이션(앱)과 무인 주문 기기 키오스크다. 현재 두 디지털 채널에서 발생하는 버거킹 매출은 전체 중 90%를 넘길 정도다. 문 대표는 "버거킹 앱은 지난 7월 기준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 117만명을 기록해 동종 업계에서 최상위 수준"이라고 말했다.

문 대표는 최근 '버거 맛집'으로 명성을 얻고 있는 햄버거 브랜드가 속속 생기고 있음에도 위협을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소규모 수제 버거와 버거킹은 완전히 다른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직원들에게 항상 버거킹은 거대한 버거 브랜드라는 뜻에서 '매크로 버거(Macro burger)'라고 설명한다"며 "특별한 날에 맛보러 가는 유명 수제 버거집과 달리 '일상 속 버거'로 자리 잡았다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지난 8년간 그가 일군 가장 큰 성과를 묻는 질문에 '조직 문화'라고 답했다. 직원 만족이 이뤄져야 만족한 직원이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취임 직후 전국 점장 160명을 6개월에 걸쳐 만나며 이들의 불만을 경영 방향에 반영하는 식으로 자신의 경영 철학을 실천했다.

외식업계 26년 차 베테랑인 문 대표는 식음료(F&B) 사업에 대해 "제품을 개발하면 고객들의 반응을 즉각적으로 볼 수 있어 즐겁다"면서 "낙천적인 내 성격과 잘 맞는 비즈니스"라고 말했다.

▶▶ 문 대표는…

△1963년 서울 출생 △중앙대 영어영문학과 △미시간주립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석사 △1990년 제일기획 △1991~2009년 오리온그룹(동양제과 외식사업 담당 상무·메가박스 씨네플렉스 총괄상무·롸이즈온 대표이사) △2012년 MPK그룹 대표이사 사장 △2013년~ 비케이알(버거킹코리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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