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진이형의 광폭 행보… 신세계그룹 M&A 승부수 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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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4.01. 오후 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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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자 SSG 랜더스 구단주가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KBO리그 'SSG 랜더스' 창단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장동규 기자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잇따라 인수합병(M&A)에 나서며 공격적인 경영 행보를 보이고 있다. 부족한 온라인 기반을 채우는 동시에 비교적 탄탄한 오프라인 역량을 굳혀 '유통 강자' 지위를 이어가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삐에로쑈핑' '제주소주' 등 앞선 실패 사례를 돌이켜 볼 때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단 지적이 나온다. 

신세계그룹은 올해 이마트를 통해 프로야구단을 인수한 데 이어 SSG닷컴을 통해 온라인 패션 플랫폼은 W컨셉을 사들였다. 뿐만 아니라 시장에 매물로 나온 이베이코리아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고, 스타벅스 미국 본사가 가진 스타벅스코리아의 지분 50%를 인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정 부회장의 공격 행보에 관심이 집중된다. 



패션 플랫폼 'W컨셉' 인수… 이커머스 몸집 키운다



신세계그룹 통합 온라인몰인 SSG닷컴은 IMM프라이빗에쿼티와 아이에스이커머스가 각각 보유한 W컨셉의 지분 전량을 양수하는 주식매매 본계약(SPA)을 체결했다고 1일 밝혔다. 거래금액은 2000억원 중후반으로 알려졌다.

W컨셉은 2008년 10월 설립된 온라인 패션 플랫폼이다. 회원수는 500만명으로 여성 패션 편집숍 부문 1위 규모다. W컨셉은 자체 브랜드인 ‘프론트로우’뿐 아니라 다수의 신진 디자이너를 보유하고 있으며 명품이나 뷰티 등 관련 카테고리로도 외연을 확장하며 경쟁력을 키웠다.

SSG닷컴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 승인을 거쳐 W컨셉을 공식 편입할 예정이다. 인수 후 기존 전문 인력을 승계하는 등 현재와 같이 플랫폼을 이원화해 별도 운영한다.

뿐만 아니라 신세계그룹이 갖춘 인프라를 활용해 W컨셉을 전략적으로 육성할 방침이다. 향후 체계적인 물류시스템을 접목해 배송 효율성을 높이는 것을 검토한다. 입점 브랜드들이 스타필드를 비롯해 신세계그룹이 보유한 오프라인 채널에도 선보일 수 있도록 온-오프라인 통합 마케팅을 추진하는 것도 고려 중이다.

SSG닷컴 관계자는 “이번 W컨셉 인수는 2030세대가 선호하는 독창적인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로 패션 라인업을 확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백화점 중심의 고급 명품 브랜드 외에도 독보적 패션 경쟁력을 갖춤으로써 시장 내 지위를 높이고 고객과 판매자 모두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공격적인 M&A … 이베이코리아까지 손에 넣을까



W컨셉은 무신사에 이은 온라인 의류 쇼핑몰 시장 2위 사업자로, 여성 의류 전문 쇼핑몰 중에서는 1위다. /사진=W컨셉

이번 W컨셉 인수는 오프라인 중심의 사업을 전개해온 신세계그룹이 온라인에서 영역을 확대하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된다. SSG닷컴의 지난해 거래액은 3조9000억원 수준으로 유통 맞수인 롯데는 물론 경쟁사들을 한참 밑도는 수준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주요 이커머스업체 거래액은 ▲네이버 (27조원) ▲쿠팡(22조원) ▲이베이코리아(20조원) ▲11번가(10조원) ▲위메프(7조원) ▲티몬(5조원) ▲카카오(4조6000억원) ▲SSG닷컴(3조9000억원) 등으로 추정된다.

이에 신세계그룹은 정 부회장을 주축으로 공격적인 M&A를 펼치며 몸집을 키우고 있다. 지난달에는 이커머스업계 1위 사업자인 네이버와 1500억원 규모 지분 교환 계약을 맺었다. 지난 1월 정 부회장이 직접 판교에 위치한 네이버 사옥에 방문해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를 만나면서 양사의 연합전선 구축이 급물살을 탔다.

업계 3위인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도 뛰어들었다. 강희석 이마트 대표가 주주총회를 통해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밝힌 만큼 그룹의 인수 의사가 강한 것으로 보인다. 이베이코리아는 지난해 거래액이 20조원에 달하고 지난 16년간 업계에서 유일하게 흑자를 내온 알짜 매물로 평가 받는다. 신세계그룹이 이베이코리아까지 인수하게 되면 단숨에 업계 2위 자리를 차지하면서 시장 판도가 확연히 달라질 전망이다.

오픈마켓 시장에도 본격 진출한다. SSG닷컴은 오는 20일부터 오픈마켓을 시범 운영하고 상반기 중에 정식 오픈픈한다는 계획이다. 오픈마켓은 국내 온라인 쇼핑 거래액 중 가장 큰 점유율을 차지하는 시장이다. 개인 사업자가 입점해 상품을 판매하기 때문에 취급 상품 수와 거래액 확대, 수수료 수익 창출 등을 기대할 수 있다.



오프라인도 강화… 야구단 출범으로 연계 노린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자 SSG 랜더스 구단주가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KBO리그 'SSG 랜더스' 창단식에서 김원형 감독, 민경삼 SSG 랜더스 대표이사를 비롯한 선수들과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장동규 기자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 부문에서도 M&A를 이어가고 있다. '돈 먹는 하마'라고 불리는 야구단 인수가 대표적이다. 이마트는 지난 1월 SK텔레콤으로부터 프로야구단 SK와이번스 지분을 1000억원에 인수했다. 신세계그룹의 정체성을 담아 'SSG 랜더스'로 팀명을 변경, 지난달 30일 구단을 정식 출범했다.

야구단 인수엔 정 부회장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됐다. 그는 구단 출범 당일 음성 기반의 소셜미디어(SNS) 클럽하우스의 'SSG랜더스 응원' 대화방에 깜짝 입장해 "야구단을 가진 롯데가 많이 부러웠다"며 야구단 인수 배경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그는 "(롯데가) 본업과 (야구를) 서로 연결하지 못한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는 본업과 연결할 것이다"라며 롯데와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걔네(롯데)는 울며 겨자 먹기로 우리를 쫓아와야 할 것"이라며 도발에 가까운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다. 신세계그룹은 스타벅스코리아 지분 100%를 인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마트는 1997년 스타벅스 미국 본사와 지분 절반씩 투자해 스타벅스코리아를 설립한 뒤 20여년간 함께 운영해왔다. 신세계가 미국 스타벅스 본사 지분을 인수할 경우 스타벅스코리아는 이마트의 100% 자회사가 된다.

이런 M&A가 승부수로 작용할지는 미지수다. 이베이코리아의 몸값만 해도 5조원에 달하는 만큼 M&A에 막대한 자금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돼서다. 인수 이후 성장성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 앞서 신세계그룹은 잡화점 '삐에로쑈핑', 헬스앤뷰티(H&B)스토어 '부츠', 소주 브랜드 '제주소주' 등을 인수했으나 성과 부진으로 사업을 접은 바 있다. 해당 사업들은 정 부회장이 실패한 대표적인 사업으로 꼽힌다.


김경은 기자 silv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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