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거인들 오픈마켓 가세… 몸집만큼 리스크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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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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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홈플러스 이어 신세계 채비
쿠팡-네이버 등 이커머스 질주에 경쟁력 강화 차원서 플랫폼 확대
상품종 많아져 품질관리 어려워… “규제 강화로 성과 한계” 지적도
오프라인 매장을 중심으로 영업해온 대형 유통업체들이 모든 판매자에게 열려 있는 온라인몰인 ‘오픈마켓’에 잇따라 진출하고 있다. 유통 생태계가 쿠팡, 네이버 같은 이커머스 강자 위주로 재편되면서 위기감을 느낀 기존의 유통사들이 온라인 플랫폼을 강화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오픈마켓은 개인 판매자가 입점하는 형태라 품질 관리가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여기에 온라인 플랫폼 관련 규제도 강화되는 추세여서 후발주자들이 성과를 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오픈마켓 속속 진출하는 ‘유통 거인들’

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 온라인몰 SSG닷컴은 다음 달 20일부터 오픈마켓 입점 판매자를 위한 전용 플랫폼 ‘쓱 파트너스’를 시범 운영한 뒤 상반기 중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다. SSG닷컴은 그동안 이마트 신세계백화점 등 계열사 상품이나 종합몰 입점 심사를 거친 상품만 판매해 왔다. 이에 앞서 롯데는 지난해 4월 통합 온라인몰 ‘롯데온’을 출범하면서 오픈마켓 서비스를 시작했다. 홈플러스도 지난달 애플리케이션(앱) 개편을 통해 오픈마켓 서비스인 ‘셀러샵’을 도입했다.

유통 대기업들이 오픈마켓에 줄줄이 뛰어드는 이유는 상품 종류 확대를 통한 경쟁력 강화 차원이다. 오픈마켓은 플랫폼만 마련해 놓으면 개인 판매자들이 자유롭게 상품을 판매할 수 있어 단기간에 상품 구색을 갖추기 좋다. 롯데온의 취급 상품 수는 오픈마켓 도입 후 700만 개에서 3500만 개로 늘었다.

쿠팡과 네이버 등 이커머스 강자를 상대로 단기간에 몸집을 키우기 위한 행보라는 시각도 있다. 롯데온(7조6000억 원)과 SSG닷컴(3조9000억 원)의 지난해 거래액은 이커머스 강자인 네이버(26조8000억 원), 쿠팡(21조7000억 원)보다 크게 뒤진다. 이런 상황에서 쿠팡처럼 오랜 기간 물류에 대규모 투자를 할 게 아니라면 오픈마켓만큼 효과적인 수단이 없다는 것이다. 롯데와 신세계가 오픈마켓 기업인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진지하게 뛰어든 것도 같은 맥락이다.

○ “살아남기 경쟁 더 치열해질 것”

하지만 오픈마켓 진출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제기된다. 일단 리스크가 크다. 상품 수가 다양해지는 만큼 품질 관리를 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SSG닷컴이 가품 논란이 일어날 수 있는 명품과 신선도 유지가 관건인 신선식품을 오픈마켓 대상에서 제외한 이유도 관리 리스크 때문이다. 한 종합몰 관계자는 “특히 대기업 종합몰은 그 브랜드 신뢰도를 보고 물품을 사는 소비자가 많은데 제품에 문제가 생길 경우 신뢰도가 크게 하락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미 기존 사업자의 진입장벽이 높아져 큰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한 플랫폼의 충성고객을 다른 곳으로 이탈시키기 쉽지 않다는 의미다. 지난해 롯데온의 거래액은 전년 대비 7% 성장에 그쳤다. 업계 1, 2위인 네이버(35%), 쿠팡(29%) 거래액 성장률에 비하면 속도가 느리다. 직매입과 오픈마켓을 병행하는 쿠팡의 상품 개수는 이미 4억 개에 이른다.

갈수록 유통 규제도 강해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월 국회에 ‘온라인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플랫폼법)을 제출했다. 플랫폼 사업자와 입점 업체의 계약서 작성을 의무화하고 플랫폼 사업자가 입점 업체에 손해를 떠넘기는 등의 불공정행위를 금지하는 등의 내용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코로나19로 온라인 쇼핑 시장이 커지면서 여러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오픈마켓 시장에 뛰어드는 업체들이 늘어났다”며 “결국 일부 상위 업체만 살아남기 위한 경쟁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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