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베이 놓친 롯데의 반격은…“M&A 계속 추진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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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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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의 저주’ 경계…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우선
강희태 “M&A 지속 추진할 것…'복합 쇼핑몰 플랫폼' 구축 검토”
전문가 “‘규모의 경제' 실현 위해 해외 파트너 물색할 필요도”


“향후 시너지 및 가치평가 적정성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고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인수합병(M&A)은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포기한 강희태 롯데쇼핑(023530) 부회장은 전자상거래 사업 규모 확대와 경쟁력 향상을 위한 M&A를 지속해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강 부회장은 이베이 본입찰 하루 뒤인 지난 18일 사내 인트라넷에 이 같은 내용의 서신을 올렸다.

강희태 롯데쇼핑 부회장. /롯데쇼핑

21일 유통 및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이베이코리아의 새 주인은 신세계그룹의 이마트(139480)로 낙점됐다. 당초 신세계는 네이버와 연합으로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할 계획이었으나, 현재는 단독으로 이베이 본사와 이베이코리아 인수 방식 및 지분 등을 놓고 막판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이를 위해 신세계는 최근 주요 시중 은행과 증권사에 인수 금융 참여자를 모집했다.

신세계가 M&A에 성공하면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네이버-쿠팡-신세계' 3강 구도로 재편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은 네이버(18%) 쿠팡(13%), 이베이코리아(12%)가 상위권을 점하고, 롯데쇼핑의 통합 온라인 쇼핑몰 롯데온(5%)과 이마트의 SSG닷컴(3%)은 하위권에 그쳤다. 하지만 이번 인수로 신세계는 점유율 15%를 지닌 시장 2위 사업자로 올라서게 된다.

시장 2위로 오른 라이벌 신세계...롯데의 반격은

이에 시장에선 이커머스 시장에서 롯데의 위기감이 더욱 커질 것이란 전망과 함께, 롯데쇼핑이 향후 어떤 전략을 내놓을지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4월 출범한 롯데온은 아직 시장에서 자리를 잡지 못한 상황이다. 롯데쇼핑 이커머스사업부는 지난해 거래액 7조6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7% 성장했으나, 올해 1분기에는 4.3% 성장에 그쳤다. 동기간 전체 온라인 쇼핑 거래액이 21%가량 성장한 것을 고려하면 부진한 성적이다.

롯데쇼핑은 지난 4월 이베이코리아 출신의 나영호 부사장을 이커머스사업부문 대표로 선임해 사업부를 쇄신하고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모습을 보였다.하지만 인수로 인한 시너지가 크지 않을 것이란 판단 아래 결국 인수 포기를 택했다. 인수 후 ‘승자의 저주’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 것이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이번 본입찰에서 신세계보다 약 1조원이 낮은 3조원대 이하의 금액을 써낸 것으로 알려진다.

강 부회장은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면 단기간에 국내 상위 3위의 외형을 갖추지만, 단순 통합으로 경쟁력이 강화되는 것은 아니고 시너지 창출을 위한 추가 투자가 필수적”이라며 “투자비와 소요 시간을 고려할 경우 기대했던 것보다 시너지 실현은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래픽=박길우

롯데쇼핑은 기존 사업과의 협력을 통해 롯데온의 안정화에 주력할 방침이다. 롯데마트가 가진 신선식품 역량을 활용해 그로서리(식음료) 부문을 강화하고, 롯데백화점이 가진 패션·명품·뷰티 분야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고객을 유입한다는 구상이다.

이와 관련 강 부회장은 “그로서리와 럭셔리, 패션·뷰티, 가전 카테고리에 특화한 플랫폼을 구축해 차별화 전략을 추진할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 경쟁력 있는 여러 카테고리 전문몰을 구축해 이를 서로 연결하는 ‘복합 쇼핑 플랫폼’ 구축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강희태 “외형 성장보다 시너지 창출이 중요해”

이에 업계에선 롯데가 버티컬 커머스(특정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쇼핑몰) 여러 개를 인수해 이커머스를 강화할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월 롯데가 유진자산운용 등과 함께 지분 95%를 인수한 ‘중고나라’처럼 경쟁력 있는 여성 쇼핑몰 등에 투자할 거란 전망이다. 하지만 SSG닷컴(W컨셉), 카카오(지그재그) 등 경쟁사들이 이미 버티컬 커머스를 인수해 패션 부문의 역량을 강화한 만큼, 이 전략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배달 앱 2위 요기요의 인수전에 뛰어들거나, 하반기 상장 예정인 티몬 인수를 재추진할 거란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롯데쇼핑 측은 “요기요 역시 당사와의 시너지가 적은 것으로 판단해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티몬의 경우 아직 매물이 나오지 않아 언급할 단계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롯데쇼핑이 이커머스 사업에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선 이베이코리아에 버금가는 외부 역량을 흡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연승 한국유통학회장(단국대 교수)은 “롯데쇼핑이 이커머스 시장에서 성장하기 위해선 외부 수혈이 절실한데, 이베이코리아가 신세계에 넘어간 현 상황에선 마땅한 대안이 없다”며 “아마존이나 알리바바와 같이 해외 파트너와 전략적 제휴를 맺는 방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은영 기자 keys@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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