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플] 소문은 카카오였는데…네이버가 ‘카페24’ 픽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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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8.13. 오전 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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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정원엽 기자

네이버가 또, 커머스 혈맹을 추가했다. CJ대한통운, 신세계에 이어 10일 벤처 1세대 기업인 카페24와 1300억 규모의 지분을 교환한다고 발표했다. 카페24는 온라인 쇼핑몰 무료제작을 지원하고, 운영 기술을 팔아 수익을 내는 이커머스 솔루션 기업. 네이버는 단숨에 카페24의 지분 14.99%(33만 1169주)를 확보해 이재석 대표 등 특수관계인(신주발행 이후 총 25.5%)에 이은 주요 주주에 올랐다. 카페24는 네이버 지분 0.19%(31만 327주)를 보유하게 됐다.

무슨 의미야?
네이버의 글로벌 커머스 전략에 카페24 엔진 확보.

· 네이버는 3월 소프트뱅크와 손잡고 라인과 Z홀딩스의 경영을 통합했다. 한국서 키운 커머스 플랫폼 '스마트스토어'를 Z홀딩스에 공급하며 올 하반기 일본 커머스 시장에 도전할 예정이다. 라인이 10년간 다진 일본과 동남아에서 커머스로 승부를 보겠다는 것.
· 카페24는 이 그림에 딱 맞는 파트너다. 글로벌 전자상거래 플랫폼으로 누구나 온라인쇼핑몰을 제작, 운영할 수 있게 원스톱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 간 거래(B2B) 회사다. 구축한 쇼핑몰만 누적 190만개, 국내 이커머스 솔루션 시장의 63%를 차지하는 1위다. 지난해 입점사의 해외 거래액은 2200억 원대. 전체 입점사 거래액 총합(10조 8000억원)에 비하면 비중이 작지만, 연간 30%~40% 급격한 성장세를 기록 중.
·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한국유통학회장)는 "카페24는 미국 쇼피파이의 한국판 모델"이라며 "판매자를 위한 솔루션 강화라는 방향성이 네이버의 전략과 유사한 만큼, 글로벌 시장서 양사가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네이버의 노림수 셋
① 글로벌 노하우 전수 : 네이버는 그간 혈맹(CJ대한통운·신세계)이나 투자(배달대행 '생각대로', 의류스타트업 '브랜디' 등)를 통해 커머스·물류 경쟁력을 키웠다. 대다수가 내수 시장의 강자들. 그러나 카페24는 글로벌 B2B(기업 간 거래) 이커머스 시장에 네이버보다 더 먼저 뛰어든 벤처였다. 영어·일본어·중국어·베트남어·스페인어 등 9개 언어권에서 쇼핑몰 구축 사업 중. 네이버가 노리는 일본·동남아에서 라쿠텐, 쇼피 등 현지 플랫폼들과 제휴 중이고, 결제나 현지 물류 네트워크도 탄탄하다.
② D2C(Direct to customer) 옵션 :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는 입점사의 '개성'보단 네이버의 브랜드가 강한 플랫폼이다. 이에 비해 카페24는 브랜드가 원하는대로 쇼핑몰을 만들어준다. 카페24와의 혈맹으로 네이버는 '온라인 내 가게'에서 소비자와 직접 거래하고 싶은 소상공인(SME)들에게 D2C 옵션을 제공할 수 있을 전망.
③ 기술·데이터 : 카페24와 거래하는 커머스 업체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입점사(45만)보다 4배 이상 많다. 20년 이상 누적한 커머스 데이터와 상품 자동배열 기술 등도 네이버가 눈여겨봤을 대목. 네이버는 "풀필먼트 얼라이언스 구축이나 AI 및 클라우드 같은 기술 분야까지 카페24와 협력을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네이버 이커머스 강화 움직임.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카페24는 왜?
1999년 설립된 카페24는 벤처 1세대 기업이다. 2018년 테슬라상장(적자 기술기업 특례상장) 1호로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지만, 영업이익률이 낮아지며(2018년 8%대→ 2020년 3%대) 주가도 최근 3년간 하락세였다.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

· 네이버와 협력으로 카페24는 물류·배송(풀필먼트), 마케팅·결제솔루션 등에서 비용을 줄이고 사업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 쇼핑라이브·정기구독 등 네이버 서비스 연계도 수월할 전망. 구축 쇼핑몰이 패션 분야(약 50%)에 치우친 점도 개선될 수 있다.
· 이재석 대표는 이날 "온라인 사업자들이 전자상거래 밸류 체인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창의만 있으면 쉽게 성공 가능한 혁신플랫폼으로 함께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했다.

카페24는?.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앞으로는
네이버와 쇼핑왕 각축을 벌이던 쿠팡이 지난 6월 이천 물류센터 화재 후 불매운동 등을 겪으며 주춤한 사이, 네이버 쇼핑의 퍼즐 완성 속도가 빨라졌다.

· 네이버는 올 하반기엔 이마트와 신선식품 장보기를, CJ대한통운과는 당일배송을 시작한다. 그간 구축한 네이버 쇼핑 연합(CJ대한통운·신세계·물류·배달대행·커머스 스타트업 등)이 성과를 낼 전망.
· 글로벌 커머스는 카페24와 스마트스토어 양축으로 전열을 정비해 일본과 동남아 진출에 나선다. 당장 일본에선 라쿠텐·아마존·쿠팡과 경쟁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카페24와 네이버의 협력은 수많은 SME 성장의 원동력이자, 글로벌 진출의 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더 알면 좋은 것
· 최근 투자업계에선 카카오의 카페 24 인수설이 퍼지기도 했다. 이후 카페24에 기관투자자가 몰리며 주가도 급등했다. 그러나 상자를 열어보니 카페24의 혈맹은 네이버. 카카오는 국내 최대 모바일 플랫폼 카카오톡에 쇼핑 탭을 넣고 분사시켰던 카카오커머스를 본사에 다시 불러들이며 커머스 경쟁에 본격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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