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LG생건에 갑질했다"는 공정위…술렁이는 플랫폼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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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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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쿠팡 대규모유통업법 등 위반 판단…과징금 33억원
납품업체에 경쟁 온라인몰 납품가 인상, 광고 강요 등 인정
쿠팡 "대기업의 新유통채널 길들이기…행정소송 제기" 반발
예의주시하는 온라인 플랫폼업계…“공정위 규제 시그널”
[세종=이데일리 조용석 윤정훈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쿠팡이 ‘생활용품 1위 대기업’ LG생활건강(051900)에 대해 거래상 지위를 남용한 이른바 `갑질`을 했다고 판단했다.

온라인시장이 급속히 성장하는 가운데 온라인 유통업자도 오프라인 유통업자(백화점·대형마트)와 마찬가지로 대기업 제조업체에 대한 우월적 지위가 명확히 인정된 사례라는 점에서 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클 것으로 보인다. 반면 쿠팡은 공정위 판단에 불복, 즉각 법정에서 행정소송을 통해 다투겠다고 예고했다.

조홍선 공정거래위원회 유통정책관이 19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쿠팡(주)의 대규모유통업법 등 위반행위 제재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쿠팡 ‘유통갑질’ 인정한 공정위…과징금 33억원

공정위는 쿠팡의 공정거래법 및 대규모유통업법 위반행위에 대해 시정명령(재발방지 및 납품업자에게 법 위반 사실 통지 명령) 및 과징금 32억 97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19일 밝혔다. 2018년 2월 공정위가 조사에 착수하고 2019년 6월 LG생활건강(LG생건)이 ‘불공정행위를 당했다’며 공정위에 신고한 지 약 3년 만에 나온 결론이다.

공정위는 쿠팡이 2017년부터 2019년 9월까지 경쟁 온라인몰에서 일시적 할인판매 등으로 판매가격이 하락 시 LG생건 포함 101개 납품업자에게 경쟁 온라인몰의 판매가격 인상을 강요했다고 판단했다. 공정거래법 23조 제1항 제4호(거래상 지위 남용 금지)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이는 쿠팡의 최저가 매칭 가격정책(다이나믹 프라이싱)으로 인해 경쟁 온라인몰이 가격을 낮추면 자신들도 낮춰 팔게 되면서 발생하는 마진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행동으로 봤다.

쿠팡은 2017~2019년 총 128개 납품업자에게 213건의 광고를 구매하도록 요구하고 2018년부터 2019년 상반기까지 베이비·생필품 페어 행사를 기획하고 시행하면서, 총 388개 납품업자(중복포함) 할인비용 약 57억원을 부담토록 해 대규모유통업법도 어겼다고 공정위는 발표했다.

(자료 = 공정거래위원회)


이외에도 2017년 1월~2019년 6월 중 직매입 거래를 하는 총 330개 납품업자로부터 판매장려금 지급에 관한 약정사항을 ‘연간 거래 기본 계약’으로 약정하지 않고 성장장려금 명목으로 104억원을 받은 것도 공정위는 대규모유통법에 어긋나는 것으로 판단했다.

쿠팡 “대기업의 新유통채널 길들이기…행정소송 제기” 반발

이번 사건이 관심을 모은 것은 대기업 LG생건이 신생 유통채널이라고 할 수 있는 쿠팡을 신고한 사건이기 때문이다. 대형마트나 백화점 같은 오프라인 유통업체가 아닌 신생 온라인 유통업체가 대기업 제조회사에도 갑질이라고 불리는 거래상 지위 남용을 했다고 볼 수 있는 지가 관건이었다. 특히 쿠팡 측은 매출이 적던 2017년(2조6000억원), 2018년(4조3000억원)은 LG생건에 거래상 지위남용을 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으나, 공정위의 판단은 달랐다.

조홍선 공정위 유통정책관은 “쿠팡이 직매입을 시작한 것이 2013년이고 이에 대한 자신감을 발판으로 최저가 정책을 도입한 것이 2016년”이라며 “당시에도 LG생건에 대한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인정하기에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온라인 유통업자도 오프라인 유통업자와 마찬가지로 대기업(또는 인기 상품을 보유한) 제조업체에 대해 거래상 우월적 지위가 인정되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말했다. 다만 공정위 심사처(검사 격) 검찰 고발까지 요청했으나 전원회의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반면 쿠팡은 공정위가 제재를 발표한 직후 입장문을 통해 강력하게 반발했다. 이들은 “재벌 대기업 제조업체가 쿠팡과 같은 신유통 채널을 견제하기 위해 공급가격을 차별한 것이 본질”이라며 “이번 결정에 대해서는 행정소송을 통해 법원의 판단을 받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쿠팡은 앞서 공정위 전원회의에서도 소비자가 매우 선호하는 LG생건의 페리오치약, 유한킴벌리의 하기스 기저귀, 남양유업 임패리얼, 레고코리아의 완구 등은 유통업자인 자신보다 제조사에 확실히 주도권이 있다고도 주장한 바 있다.

‘고강도 규제 오나’…공정위 예의주시하는 온라인 플랫폼업계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사진=연합뉴스)


플랫폼업계는 공정위가 `이커머스 공룡` 쿠팡 제재를 계기로 추후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까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쿠팡처럼 대기업을 상대로도 우위를 가져갈 수 있는 규모의 이커머스 기업은 없다 해도 온라인 플랫폼 전체에 대한 메시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커머스 업계 한 관계자는 “이커머스 1위 기업인 쿠팡에 대한 제재는 상징적으로 플랫폼을 규제하겠다는 공정위의 의지로 볼 수 있다”며 “다만 이번 사안은 플랫폼 기업 규제보다는 대규모 유통업법 위반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어 “만약 국회에 계류 중인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이 통과된다면 그때는 모든 플랫폼이 문제가 될 것”이라며 “최근 배달의민족, 당근마켓 등에 대한 공정위 조치만 보더라도 플랫폼을 위축시키고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쿠팡이 전원회의(1심 재판 성격)에 불복해 행정소송 제기 의사를 밝히면서 공정위는 서울고법(2심)에서 쿠팡과 다툼을 이어갈 예정이다. 공정위는 현재 쿠팡에 대해 자사 제품이 먼저 노출되도록 검색 알고리즘을 조작한 혐의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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