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이 바꾼 유통株, 무작정 제2의 쿠팡 기대는 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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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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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보이는 창]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 인터뷰
"온라인 유통, 승자독식 구조 감안해야"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유통을 주식으로 보면 예전 같지 않다. 하지만 산업 자체는 그 어느 때보다 역동적이다. 유통이 온라인 중심으로 변했지만, 온라인 유통사 중 상장사가 드물기 때문이다. 올해 3월 뉴욕 증시에 상장한 쿠팡을 시작으로 새로운 격변기를 맞았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유통을 눈여겨 봐야하는 이유를 이처럼 설명했다. 15년 동안 유통을 포함해 소비재 업종을 분석해온 박 연구원은 “소비는 모든 산업의 시작점에 있다”면서 “이를 수치와 통계로 검증할 수 있다면 누구나 생활 속에서 투자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섹터”라고 덧붙였다.

박 연구원은 각자 영역에서 독자적 우위를 차지하던 쿠팡·이마트(139480)·NAVER(035420) 등이 이제 전면적인 경쟁 관계에 들어섰다고 짚었다. 이마트는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대명사였다. 신세계그룹 주력 계열사로, 2011년 상장 이후 한 번도 적자를 낸 적이 없는 ‘알짜’로 통했다. 온라인 유통업체에 밀리면서 지난 2019년 1분기 사상 첫 적자를 냈고, 상장 직후 30만원대를 오가던 주가는 10만원까지 밀렸다. 하지만 3조원대 이베이코리아 지분 인수 계약, 본사 매각 추진 등 온라인 시장 변화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등 변화 중이다. 실적도 흑자로 돌아섰다.

제공=하나금융투자
박 연구원은 식품 온라인 시장에 강한 이마트는 한국의 월마트를 꿈꿨지만 이베이코리아 인수로 공산품 시장을 포함하는 한국의 아마존을 넘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오프라인 유통 보다 진입 장벽이 낮고 승자독식 구조이며 쿠팡이란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만만치 않은 도전이라고 우려했다.

NAVER는 유통업에 뛰어든 플랫폼 기업이었다. 구글이나 바이두에서 쇼핑을 하지 않듯, 쇼핑 기능까지 수행하는 포털 사이트는 NAVER 외에는 찾기 힘들다. 2010년 이후 모바일 쇼핑 확대와 함께 온라인 유통이 본격적으로 성장했는데, 당시 국내 절대적인 온라인 유통 사업자가 없었던 점이 NAVER의 기회가 됐다. 어느새 NAVER는 거래액 기준으로 국내 온라인 쇼핑 1위에 올라섰다. 소비자를 묶어두는 록인(lock-in, 잠금) 차원에서 네이버페이를 제공하고, CJ대한통운(000120) 등과 협업을 통해 풀필먼트(상품 보관·포장, 출하, 배송 등 일괄 처리) 시스템을 구축해 우수한 판매자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쓱닷컴, 마켓컬리, 오아시스마켓, 11번가 등이 상장을 준비 중이다. 박 연구원은 쿠팡이 지난 3월 100조원에 가까운 몸값을 인정 받았다고 해서 여타 온라인 유통 업체도 비슷할 것이란 기대는 금물이라고 말했다. ‘거리’가 진입 장벽 역할을 했던 과거와 온라인 유통은 체질적으로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독립적인 현금 흐름이 발생하기 어려운 업체라면 합종연횡의 흐름으로 갈 가능성이 높고, 영업 적자 확대 등 실적 가시성이 낮은 기업이라면 신중한 투자를 검토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박 연구원은 소비재 투자에서 주의점 3가지를 꼽았다. 첫 번째 오프라인 대형 유통 업체는 트레이딩 관점에서 접근할 것을 권했다. 주가는 성장성을 바탕으로 해 중장기적으로 전통적인 대형 유통 업체는 고전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경기 변동에 따라 저렴한 시점에 매수해 적당한 수익을 낸 후 차익실현하는 전략이 적절하다고 본 것이다.

두 번째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뛰어넘을 수 있는 기업을 추천했다. 한때 유통은 ‘안방을 지키는 산업’이었지만 온라인이 모든 것을 바꿔놨다. 기업 별로 성장 동력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고 말한 이유였다. 마지막으로 변화에서 기회를 찾듯, 투자한 기업과 업황의 변화를 주도면밀하게 살펴볼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중국 화장품 시장이 부각 될 때 아모레퍼시픽(090430)을 산 사람과 다른 관련주를 산 사람은 수익률 차이가 났다”면서 “구조적인 변화를 따라가면서 자세하게 봐야한다”고 말했다.

박종대 연구위원은?

△1975년생 △2000년 연세대 행정학과 졸업 △2007년 연세대 경제학 석사 △2007~2012년 하이투자증권 △2012년~현재 하나금융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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