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에 힘주는 쿠팡 vs 비식품 강화하는 SSG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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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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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식품 사전예약 확대....신선식품 강화
로켓프레시 올해 매출 2.3兆 전망...컬리 넘어
SSG닷컴은 쿠팡 취약한 패션·화장품 보강

쿠팡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에 접속해 로켓프레시(신선식품 새벽배송) 메뉴에 들어가면, ‘사전예약중’이라는 표시가 붙은 상품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쿠팡은 스마트폰 같은 전자제품에 한해 진행하던 사전예약 서비스를 작년에 연어 등 일부 신선식품에 도입했고 최근엔 한우, 과일 추석 선물세트로 확대했다.

식품 사전예약은 그동안 대형마트가 제공하던 서비스다. 신선도가 중요한 고기나 생선, 제철과일 등은 안정적인 공급처를 확보해 맛있게 익거나 숙성 됐을 때 소비자에게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 사전예약을 받으면 주문이 들어온 만큼 공급처에 발주할 수 있어 재고 관리가 수월하다. 유통사와 공급처 모두 윈윈(win win)하는 전략이다.

쿠팡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추석 선물세트를 사전예약 판매하고 있는 모습. / 쿠팡 앱 캡처

쿠팡이 식품 사전예약을 확대하는 건 재고 관리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로켓프레시는 올해 전년 대비 100% 성장해 매출 20억달러(2조3000억원)를 기록할 전망이다. 문제는 적자 폭도 함께 확대된다는 것이다. 쿠팡의 2분기 조정 EBITDA 손실(이자·세금비용 지급 전 영업손실) 1억2200만달러(1419억원) 가운데 1억2000만달러(1396억원)가 로켓프레시와 모바일 배달 앱 쿠팡이츠 투자와 관련돼 있다.

쿠팡의 식품 강화 전략은 국내 온라인 침투율(전체 소비지출에서 온라인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과 관련돼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소매판매에서 온라인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7월 기준 37%다. 자동차를 제외하면 42%로 올라간다. 품목별로 보면 비(非)식품은 49%에 이르지만 식품은 여전히 25%에 그친다. 시장이 어느정도 성숙한 비(非)식품과 달리 식품은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반면 지난 6월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며 쿠팡의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른 SSG닷컴은 최근 비(非)식품 분야를 강화하고 나섰다. 작년 기준 전자상거래 거래액은 네이버쇼핑이 27조원으로 국내 1위이고 쿠팡이 20조~21조원, 이베이코리아가 19조~20조원으로 추정된다. SSG닷컴의 단독 거래액은 3조9000억원에 불과하지만 이베이코리아와 합산하면 쿠팡을 넘어선다.

SSG닷컴이 경쟁력 강화를 추진하는 대표적인 카테고리는 패션, 화장품이다. 비식품 중에서도 쿠팡과 같은 이커머스의 온라인 침투율이 낮은 분야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이커머스의 매출에서 패션·의류가 차지하는 비중은 7월 말 기준 의류가 9.0%, 화장품은 4.3%에 그친다. 가전·전자(24.2%), 식품(22.6%), 생활·가구(15.4%)에 비해 낮다.

SSG닷컴이 정품임이 인증된 명품에 발급하는 명품 디지털 보증서 'SSG 개런티 서비스'. / SSG닷컴 제공

SSG닷컴은 올해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명품 시계 브랜드 파네라이와 보석·시계 브랜드 피아제를 이커머스 최초로 입점시켰다. 지난달엔 랄프 로렌과 업무협약을 맺고 향후 고객 구매 데이터에 기반한 차별화된 상품 개발, 공동 마케팅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달에는 고객이 구매한 명품이 정품임을 인증하는 ‘SSG 개런티 서비스’를 시행했다. SSG닷컴이 명품 브랜드 공식 매장에서 판매하는 상품이거나 검증된 판매자에게 상품 정보, 구매 이력, 보증기간, 보안정보를 담은 디지털 보증서를 발급하는 서비스다. 가짜 명품이 손쉽게 거래되는 오픈마켓과 차별화하려는 의도다.

지난 7월부터는 화장품 새벽배송을 시작했다. 그동안 음식이나 공산품 위주로 새벽배송을 했으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계기로 화장품을 온라인으로 구매하려는 수요가 늘었다고 판단했다. 화장품은 온도·습도에 따라 변질될 가능성이 높아 이커머스 업체들이 새벽배송을 꺼리는 제품 중 하나다.

이달엔 로레알의 자회사 모디페이스와 손잡고 SSG닷컴 앱 내에 가상 메이크업 서비스를 구현했다. 고객이 앱 내 카메라로 셀카를 찍으면 그 얼굴에 로레알의 화장품 브랜드인 랑콤, 입생로랑 뷰티, 키엘 등 3000여개 상품을 바른 모습을 가상현실(AR) 기술로 체험할 수 있다. 립스틱 색이 자신의 얼굴에 어울리는지를 매장에 가지 않고도 볼 수 있다.

SSG닷컴이 앱 '로레알 브랜드관' 내에 구현한 가상 메이크업 서비스 '메이크핏'. 원하는 제품을 선택하고 촬영모드로 들어가면, 자신의 얼굴에 어울리는지 체험해볼 수 있다. / SSG닷컴 제공

유통업계에선 SSG닷컴이 쿠팡의 성장세를 따라잡기 위해선 비식품 분야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본다. 쿠팡은 분기 매출이 15분기 연속 전년 대비 50% 이상 성장한 반면 SSG닷컴은 작년 한해 53.3% 증가했지만 올해 1분기에는 증가율이 9.8%, 2분기는 11.0%로 정체됐다. 이베이코리아는 작년 매출이 12.2% 늘었고 올해 상반기엔 23% 증가했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비식품은 여전히 쿠팡의 입지가 강력하다”며 “이런 인식을 SSG닷컴이 깨지 않는 한 진짜 경쟁상대가 되기는 어렵다고 봐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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