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바뀐 티몬, 기업공개 컬리…‘저성장’ 이커머스 생존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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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09.19. 오전 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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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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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몬·인터파크, 적자 허덕이다 줄줄이 매각
기업공개 선택한 컬리·오아시스 흥행 먹구름
네·쿠·쓱 3강 체제, 중소 업체는 생존 기로
동남아시아를 기반으로 한 이커머스 업체 큐텐(Qoo10)이 최근 티몬 투자사로부터 티몬 지분 100%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티몬 제공


코로나19 일상회복으로 저성장 국면에 접어든 국내 이커머스 업계에 인수합병(M&A) 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1세대 이커머스 대표주자였던 인터파크와 티몬 등이 적자에 허덕이다 최근 줄줄이 매각되며 전자상거래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쿠팡·위메프와 함께 3대 소셜커머스로 꼽히던 티몬은 최근 글로벌 역직구 플랫폼 ‘큐텐’(Qoo10)과 인수 협상을 마치고 새 대표 선임 등 조직개편 작업에 착수했다. 티몬 주주인 사모펀드 앵커에쿼티파트너스와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보유한 티몬 지분 81.74%를 큐텐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 지분으로 교환하는 방식으로 인수가 이뤄졌다. 미국 나스닥 상장을 앞둔 큐텐의 국제물류 자회사인 큐익스프레스 지분을 얻어 투자금을 회수하려는 티몬 주주의 생각과 한국 시장에 진출하려는 큐텐의 이해관계가 맞물린 결과다.

티몬 인수 과정에서 가장 주목받은 건 지(G)마켓 성공신화를 쓴 구영배 큐텐 대표의 귀환이다. 구 대표는 2009년 당시 옥션의 모회사인 이베이에 지마켓을 매각한 뒤 싱가포르·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시장을 겨냥한 큐텐을 성공시키며 업계 거물로 떠올랐다. 이베이가 지난해 지마켓·옥션을 신세계그룹에 매각하며 국내 시장에서 철수하면서 구 대표는 한국 시장 재진출을 모색해왔다.

배경 사진은 마켓컬리가 제작한 광고의 한 장면.


큐텐이 어떤 전략으로 자본잠식 상태인 티몬을 소생시킬지도 관심사다. 경쟁사였던 쿠팡이 아마존 직매입 모델로 빠른 매출 성장을 이룬 사이 티몬은 수차례 사업모델을 바꿔가며 시장에서 입지가 점점 좁아졌다. 롯데그룹과 인수합병을 논의할 2019년 당시 기업가치가 1조2천억원대였던 것과 비교해 3년 사이 매각가는 2천억원 중반대로 떨어진 상황이었다. 큐텐이 전세계 판매자들이 오픈마켓에 자유롭게 상품을 올리는 역직구 모델로 5억 인구 동남아 시장에 안착한 만큼 한국을 동아시아 지역의 역직구 전초기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플랫폼·사모펀드가 1세대 대표 커머스 인수


이커머스의 인수합병은 지난해 지마켓·옥션부터 시작해 인터파크 매각으로 정점을 찍었다. 밀레니엄 시대 피시(PC) 기반의 1세대 이커머스들이 변화를 게을리한 사이 코로나19 시대에 몸집을 키운 모바일 기반 신흥 플랫폼과의 경쟁에서 밀려 사실상 퇴출 수순에 몰린 것이다.

여행·숙박 플랫폼 기업인 야놀자가 1세대 이커머스 대표주자였던 인터파크를 인수한 게 대표적이다. 숙소 예약 플랫폼으로 시작한 야놀자가 온라인 종합쇼핑몰인 인터파크를 인수한 건 이커머스 대격변기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건이었다. 야놀자는 숙소부터 교통수단, 레저, 식당 등 여행 등과 관련한 모든 여가 활동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가능하게 만들겠다는 목표로 지난해 7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비전펀드에서 17억달러(약 2조원) 투자를 유치했다. 이번 인터파크 인수도 국내외 항공권과 공연 예매 시장의 선두주자인 인터파크를 흡수해 시너지를 내기 위한 전략이다. 한편, 야놀자는 기존 사업과 연관된 여행 부분을 제외한 쇼핑 사업부 등의 재매각을 검토하고 있어 인터파크 일부 사업부가 다시 매물로 나올 것으로 보인다.

최저가 가격 비교 플랫폼인 다나와 매각은 국내 최대 사모펀드인 엠비케이(MBK)파트너스의 이커머스 시장 진출로 이목을 끌었다. 엠비케이는 지난 4월 종합 이커머스 회사인 코리아센터에 다나와 인수자금 4천억원을 투자하는 방식으로 두 회사의 최대 주주에 오르는 빅딜에 성공했다.

엠비케이파트너스가 눈독을 들인 건 이커머스 시장의 방대한 데이터였다는 뒷말도 나온다. 다나와가 이머커스에 올라온 상품 가격을 재비교하는 ‘메타 서치 플랫폼’인 만큼 양질의 상품판매 데이터를 활용한 사업 확장을 모색할 수 있다. 다나와도 10억건에 달하는 상품데이터를 분석해 재판매하는 사업을 구상 중이다.

■3강 체제 견고, M&A는 생존 전략


경쟁의 중심부에서 밀려난 이커머스 기업들은 인수합병이 마지막 생존 전략이라고 말한다. 기업공개(IPO)와 투자 시장이 동시에 위축된 상황에서 벼랑 끝에 몰린 이커머스들이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대자본과 인수합병이라는 것이다.

익명을 요청한 이커머스 기업 간부는 “낮은 금리 영향으로 투자금이 넘쳐날 때는 너도나도 적자를 감수하면서 매출을 확대하는 운영이 가능했지만, 이젠 흑자경영 가능성을 증명하지 못하면 시장에서 퇴출당하는 분위기”라며 “자금력이 있는 쿠팡, 네이버, 에스에스지 정도를 제외하면 중소규모 기업들은 더는 최저가 출혈 경쟁 시장을 버텨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인수합병된 기업에 속한 직원들은 일단은 안도하는 분위기다. 티몬의 한 직원은 “빠르게 변하는 온라인 시장에서 하루아침에 기업이 사라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대주주가 바뀌는 과정에서 사업모델이 수차례 수정돼 성장이 정체됐었지만, 큐텐의 인수로 안정적인 투자와 지속적인 사업모델이 구축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쿠팡-네이버-에스에스지(SSG)닷컴의 이커머스 3강 체제가 견고해지고 있다. 각사 발표와 공시 등을 종합하면 지난해 기준 쿠팡의 거래액이 38조원까지 올라갔고 네이버는 32조원으로 뒤를 이었다. 에스에스지닷컴·지마켓의 지난 1분기 합산 거래액이 5조4천억원(연간 약 25조원 추산)임을 고려하면 세 기업의 연간 거래액이 100조원에 육박한다. 이는 지난해 기준 국내 온라인 쇼핑 거래액(193조원)의 절반에 이르는 수치다. 규모의 경제가 가속화되는 온라인 플랫폼 시장의 특성상 이커머스 3강의 독과점 구조가 형성돼 중소 이커머스 기업들이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진다는 분석도 나온다.

■투자 유치 한계, IPO 흥행은 불투명


매각 대신 기업공개라는 가시밭길을 선택한 기업들도 있다. 새백배송 전문 이커머스 기업인 마켓컬리와 오아시스는 기업공개 절차를 밟고 있지만 시장 전망이 그리 밝지는 않다.

마켓컬리의 기업공개가 투자자들의 요구에 떠밀린 결정이라는 전언도 나온다. 매출과 적자가 동시에 커지는 쿠팡식 모델의 한계가 드러난 상황에서 기업공개를 투자금 회수의 마지막 기회로 보는 투자자 의견이 반영된 선택이라는 것이다. 지속해서 투자를 유치하면서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의 지분율은 2016년 27.6%에서 5%대로 하락해 추가 투자를 유치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지난해 상장 전 투자 유치로 4조원의 몸값을 인정받았던 마켓컬리는 최근 금융투자업계 평가에서 1조8000억원 수준의 기업가치를 책정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모과정에서 몸값을 제대로 받지 못해 가치는 더 하락할 수도 있다.

오아시스는 코스닥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매해 적지만 흑자를 내는 유니콘 기업이어서 코스피 상장 요건을 충족하지만 안정을 중요시하는 경영방침에 따라 기존 코스닥 상장 방침을 변경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선 유사한 사업을 하는 마켓컬리와 유가증권시장에서 중복되는 것을 피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와 달리 자금력이 있는 대규모 이커머스들은 기업공개를 미루는 분위기다. 올해 상장을 목표로 지난해 대표 주관사를 선정한 에스에스지의 경우 상장 예비심사를 미루면서 주식시장 변동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내년도 기업공개를 목표로 지난달 상장 주관사를 확정한 11번가도 예정대로 상장 절차를 밟을지 불투명하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전자상거래의 저성장과 엔데믹 요인이 겹치면서 이커머스 기업들 사이에 더 많은 인수합병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투자 유치가 당장 어려운 기업들은 기업공개를 선택할 수밖에 없지만, 시장 상황도 어두워 큰 흥행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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