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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전거타는브랜더 Mar 07. 2022

시몬스가 보여준 경험의 힘

오프라인은 죽지 않는다.

"성수에 시몬스 오프라인 스토어 있다는데 가볼래?"

"시몬스?? 시몬스 스토어를 왜?? 나 침대 살 필요없는데??"

요즘 거기가 얼마나 핫한데?! 가보자!


시몬스는 어떻게 핫한 브랜드가 될 수 있었을까?





‘침대 업계의 포드’ 시몬스

시몬스는 1870년 젤몬 시몬스(Zalmon G. Simmons)가 설립한 철물 제조공장을 시작해 철물 기술을 바탕으로 침대와 매트리스 제작까지했습니다. 그리고 독보적인 대량 생산기술로 당시 12달러에 달하던 매트리스 가격을 획기적으로 1달러 아래로 떨어뜨려 침대의 대중화를 이끌었고 이 덕분에 시몬스 침대는 ‘침대 업계의 포드’로 평가받게 되었습니다.

‘시몬스’라는 브랜드는 1870년부터 시작되는 기나긴 역사를 가지고 있고, 특히 최초의 킹, 퀸사이즈 매트리스의 출시와 발명을 통해 ‘침대’의 대명사이자 프리미엄 브랜드로 성장했습니다.

이렇게 긴 역사를 가진 시몬스도 뛰어난 기술력이라는 이미지 외에 별 볼일 없는 그저 오래된 브랜드로 남을 뻔했지만, 시몬스는 '오프라인'이라는 무기를 바탕으로 MZ세대에게 가장 핫한 브랜드 중 하나가 될 수 있었습니다.


소비자들이 직접 선택한 시몬스

시몬스 테라스는 2018년 9월 본사가 위치한 경기도 이천에 시몬스의 침대 제품과 일상 용품을 접목하여 구경할 수 있는 ‘테라스 스토어’부터 최고급 프리미엄 제품을 볼 수 있는 ‘호텔’, 그동안의 침대와 잠에 대해 진행했던 연구를 소개하는 ‘매트리스 랩’, 침대 박물관 ‘헤리티지 앨리’, 아티스트들의 전시 공간인 ‘라운지’, 식물 정원으로 큼지막하게 만든 ‘커피숍’ 등으로 구성해서 단순히 침대만을 구경하는 곳이 아닌 ‘다양한 경험을 즐길 수 있는’ 복합 문화 공간을 조성했습니다.

부산 시몬스 하드웨어 스토어

20년에는 시몬스 창립 150주년을 맞이하여 지역 사회를 기반으로 한 ‘소셜라이징(Socializing)’ 콘셉트의 시몬스 하드웨어 스토어를 성수를 시작으로 부산에서도 엄청난 인기몰이며 명실상부 대세 팝업스토어로 자리를 잡았었습니다. 당시에 본인이 ‘’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꼭 가봐야 하는 곳이었고, 코로나로 인해 입장 제한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1시간이나 대기를 하기도 했었습니다.


시몬스의 오프라인 스토어는 무엇이 달랐을까?

공간에 머물게 하는 힘 - 공간의 스토리텔링

온라인에서도 'UX'라는 고객 경험 설계가 매우 중요하지만, 오프라인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같은 고객 경험 설계라 할지라도 온/오프라인은 조금은 다릅니다. 온라인에서는 내비게이션 바를 통해 본인이 직접 원하는 곳을 바로바로 이동할 수 있지만 오프라인에서는 초능력자가 아닌 이상 직접 공간에 들어가야 비로소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프라인에서는 사람의 동선에 맞춰 전하고자 하는 스토리를 정렬합니다. 공간에서의 스토리는 공간의 내용일 수 있고, 이동하는 동안의 시선의 변화, 조명의 변화, 규모감의 변화를 통해 지루하지 않 스토리를 풍부하게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즉, 잘 기획된 오프라인 공간은 동선에 따라 ‘기승전결’이 녹아든 하나의 스토리를 경험하게 되는 것입니다. 아마 이 부분이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면서까지 새로운 공간을 경험하기 위해 기다리게 만드는 매력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시몬스 스토어의 공간 순서는 1)아티스트 전시공간, 2)매트리스 랩, 3)헤리티지 앨리, 4)호텔, 5)테라스, 6)식물정원 카페 순으로 이어집니다. 저는 이 순서도 굉장히 고심해서 만든 것이라는 느낌이 확 받을 수 있습니다.

<시몬스 테라스의 공간 / 출처 : 시몬스>

우리가 시각적으로 매력 있는 것에 끌리듯이, 가장 앞선 공간에는 다양한 아티스트의 콜라보를 통해 시선을 사로잡을 목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다음부터는 바로 브랜드 스토리로 이어집니다. 브랜드의 기술력을 통해 시몬스는 이런 곳이야! 라는 명확한 주제를 전달합니다. 그 후에는 시몬스의 과거 이야기, 그리고 호텔과 테라스로 이어지는 현재를 만나볼 수 있고 마지막으로는 카페가 있습니다. 보통 오랜 시간을 걸었으니 쉬라는 의미일 수 있겠지만 저는 바로 이 카페 또는 휴식 공간이 성공의 첫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카페 전까지는 브랜드와의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졌다면, 이 카페에서는 자신의 경험을 같이 온 사람과 이야기를 하고 앉아 쉬면서 SNS에 올리게 됩니다. (사실 저만 그런지 모르겠지만, 조금 지나면 경험의 기억이 희미해지기도 하지만 올리는 것 자체도 귀찮아질 때가 많아 바로바로 올리는 것을 선호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 공간의 방문객이 만드는 홍보의 공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의자가 있는 위치, 쉼터가 있는 공간이 어디에 있냐를 통해 공간 기획을 잘했는지 못했는지를 판단합니다.

시몬스 테라스는 이렇게 잘 구성된 스토리 외에도 연례적으로 여는 이벤트도 있습니다. 이런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시몬스는 오래된 브랜드, 기존의 고리타분한 이미지를 탈피하고 테라스를 운영하면서 프리미엄 이미지를 유지하면서도 친근함까지 가질 수 있었습니다.


스몬스 하드웨어 스토어는 ‘철물점(hardware store)’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시몬스 하드웨어 스토어엔 다양한 제품이 구비되어 있었습니다. 연필, 지우개, 줄자, 노트, 목장갑, 헬멧, 양말, 랜턴, 작업복 같은 복고 느낌이 나지만 세련되게 현대적으로 디자인한 물건들부터 시작해서 매장 한쪽엔 레트로 취향을 담은 1990년대 오락실 게임기들이 설치돼 있어서 사람들이 매장에 들어오면 워낙 물건이 다양하고 살펴볼 게 많아 자연스럽게 꽤 오래 머물게 됩니다. 특히, 시몬스를 상징하는 ‘침대’를 ‘하드웨어’로 확장하여, 침대 없이 시몬스의 정체성을 은근하게 전달했습니다. 또한, 20세기 초중반에 쓰였던 광고 카피와 포스터 등 당양한 인테리어들을 통해 우회적으로 브랜드 역사도 넌지시 전달하면서 시몬스만이 줄 수 있는 경험을 차별적으로 전달하면서 성공적으로 세대교체를 준비할 수 있는 것입니다. 사실 시몬스 하드웨어 스토어를 찾는 방문자 대다수가 침대를 소비하는 주요 고객들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지금은 아니지만 앞으로의 고객이 될 잠재고객들입니다. 이들에게 브랜드 이미지를 심어주면, 이들이 독립을 하거나 첫 집을 구입해서 언젠가 침대를 구입 시기가 찾아왔을 때 자연스레 시몬스 이름을 떠올릴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일련의 오프라인 경험을 통해 시몬스는 프리미엄 이미지를 유지하면서도 친근함까지 갖게 된 것입니다.


왜 오프라인 경험이 중요할까?

수많은 데이터와 트렌드 보고서를 보면 온라인 상거래 등 온라인 시장의 성장이 눈에 띕니다. 그럼에도 불고하고 디지털의 시대에 오히려 역설적으로 중요해진 오프라인 공간이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사실 온라인은 덜 중요하고 오프라인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 아니라 온, 오프라인은 대체제로 분리되는 개념이 아닌 서로 보완재 역할을 해야한다는 것입니다.

‘경험 마케팅’이란 말은 이미 오래전부터 나왔던 개념으로 특별히 신선한 개념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 개념이 오프라인 경험에서 온라인 경험으로 넘어왔다가 이제는 두 가지 모두 만족스러운 경험을 제공해야 하는 방향으로 조금씩 변화하고 있습니다. 온/오프라인은 서로 연결되어 시너지를 만들어 내고 이를 통해 보다 풍부한 고객 경험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속도나 편의성, 제품 다양성이 온라인 쇼핑 장점만의 장점이라면. 오프라인 경험의 장점은 고객에게 잊을 수 없는 경험을 제공한다는 것입니다. 직접 만지고, 대화하고, 교류하는 행위를 좋아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인간의 본성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경험을 더 선호하는 이유는 경험은 ‘희소성’, ‘소멸성’이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핫플레이스에 가서 사진을 찍고, 맛집에 가서 몇 시간 동안 대기를 하는 행위 모두 희소성과 소멸성을 무의식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아니면, 오늘 아니면 할 수 없는 기회를 잡게 되면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는 기회보다 더 큰 행복감으로 다가오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경험을 단편적인 사건을 기억하는 것이 아닌 그날의 기분, 그날의 분위기 등 오감을 이용하여 기억하게 되며, 실제 가치보다 더 미화하여 기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오프라인에서의 경험은 함께 방문한 사람과의 교류를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브랜드와의 교류를 만들어 주고, 이 교류가 쌓여 브랜드에 대한 소속감과 충성심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도 많은 기업들이 다양한 수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특히나 오프라인 기반이 없는 플랫폼 비즈니스는 오늘 같은 시대에 어떻게 오프라인적 고객 경험을 제공할지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고, 오프라인이 기반이었던 브랜드들은 오프라인 거점을 활용하여 새로운 브랜드 경험을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이처럼 오프라인을 활용하는 것은 자연스럽게 브랜딩의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오프라인에서의 경험과 여기서 느낀 브랜드에 대한 태도가 바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온라인 경험으로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시대에서 이제 어떤 오프라인 경험을 제공해서 온라인으로 전이시킬지, 어떻게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하나의 경험이라는 틀에서 묶어서 제공하지 고민을 해야합니다.






메타버스가 지금 가장 핫한 트렌드이고 디지털이 중요하다는 것 또한 반박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심지어 오늘도 메타버스에 대한 기사와 뉴스를 핸드폰으로 읽으면서 출근했습니다. 하지만 디지털이 모든 것의 해결책이자 만능인가라는 점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온라인에서도 오프라인처럼 쇼핑한다는 것 또는 오프라인에서도 온라인처럼 쇼핑한다는 그 말을 다시 생각해보면 온라인도, 오프라인도 결국 완벽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온라인이 오프라인을 완벽히 대체할 수 없다면, 둘이 공존하고 어떻게 이 둘을 잘 혼합하고 이용하여 더 좋은 경험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 끊임없는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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