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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딩버스 Mar 29. 2022

3년째 틱톡 마케팅을 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어쩌다가, 왜 틱톡 마케터로 열심히 일하게 된 건지 생각해봄

글로벌 숏폼 모바일 비디오 플랫폼 '틱톡'의 모회사 바이트댄스(ByteDance)에 근무한 지 어느덧 3년이 훌쩍 지났다.

틱톡이 본격적으로 대중에게 알려진 게 2020년 아무노래 챌린지였고, 한국에 처음 지사가 설립된 것이 2018년도이기 때문에 사실상 나는 시조새 격이다.


바이트댄스는 나의 네 번째 직장이다.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과 싱가포르에서 국적과 나이대가 다양한 동료들과 합을 맞춰보면서 글로벌 마케팅 및 현지화 커리어를 쌓았다.

덕분에 나는 연차 대비 빠르게 한 스타트업의 C-level이 되어 사업을 리드하기도 했었다.

마케팅 안에도 브랜딩, 광고, PR, 유저 그로쓰, 커뮤니티 매니지먼트 등 세분화된 분야가 많다. 나는 마케팅과 관련된 웬만한 이런 업무는 다 손대 본 것 같다.

심지어 분명 직함에는 '마케터'라고 되어있지만, 스타트업에는 아무래도 인력이 부족하니 내가 직접 파트너십도 맺고, 영업도 하고, 제품기획에 관여해서 백서도 쓰고, QA, 번역이나 CRM 같은 엄밀히 말하면 마케팅 바깥의 좀 애매한 영역의 일도 하고 그랬다.


지난 9년 동안 다양한 IT 회사에서 일했던 경력을 되돌아보니, 바이트댄스에서 근무한 기간이 가장 길다.

그만큼 현재 내가 속한 조직에서 내가 하는 일이 나와 잘 맞는다고 볼 수도 있겠다.

이유를 생각해 보았더니, 나만의 개똥철학과 신념이 바이트댄스에서는 잘 지켜지고 있다.


시민운동을 하셨던 아버지를 닮아서인지 나는 정의감이 남다르다.

진실 자유 공평 등등 중요한 가치야 많겠지만은, 내 기준에서 '옳은 것'이 '선(善)'으로 받아들여지는지가 나에게는 매우 중요하다.


수익 창출이 최우선 목표이자 존재 이유인 자본주의 하의 사기업에서 이게 절대 쉬운 것이 아니다.

내가 구글 창업자인 래리와 세르게이의 창업 스토리를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둘은 검색 사이트의 본질을 추구하는 대신, 이용자들의 체류시간만 늘리기를 추구하거나 광고가 가장 적합한 검색 결과인 것 마냥 노출하는 솔직하지 못한 기존의 사이트들을 죽은 회사라고 여겼다.

그래서 광고는 광고라고 별도로 표시를 하고, 관련도 높은 검색 결과가 상위에 보이는 알고리즘을 만든 것이다. 이용자들이 원하는 결과를 빠르게 얻게끔 말이다.

이렇게 단순하게 고객(유저)의 입장에서 옳은 것을 하는 것, 필요한 것을 제공하는 것이 나한테는 진리이자 중요한 가치이다.


조직에 온갖 정치가 난무하는 환경이나 사익을 챙기는 사람들이 많다 보면, 단순히 고객(유저)에게 옳은 것만이 정답이 아니게 된다.

사업부 간의 파워게임, 팀원들 간의 알력, 우선순위 설정에 작용하는 CEO의 입김 등. 고려해야 하는 외적인 것들이 쓸데없이 많아진다.

그러다 보면 일하는 사람으로서 회의감이 들게 된다.

그리고 이런 것들이 누적되면 많은 사람들이 번아웃을 느끼고 무력감과 분노 때문에 퇴사를 하기도 한다.

왜냐하면 내 마음속에서 동의할 수 없는 것을 오랫동안 반복적으로 하게 되면 일을 한다는 게 나를 갉아먹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나도 그랬다. 이전 직장에서 일할 때 우선순위도 높고 긴급함도 있는 어떤 업무를 하느라 야근을 하면, '티 내려고 저런다', '나댄다' 같은따가운 시선을 받았다.

투명하지 못한 인사(人事)는 불만을 축적하게 했고, MZ세대에 속하는^^; 나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꼰대 문화도 있었다.

"유저 입장에서 최선"이 아닌 제품 개발이나 마케팅이 오랜 시간 누적되다 보면 궁극적으로 조직 자체가 흔들리기도 했다.


온갖 경험들을 하면서 회사는 다 똑같고 어차피 만족할 수 있는 직장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기대치가 낮아진 상태에서 바이트댄스에 합류하다 보니 여기서 상대적으로 만족감이 높은 것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정말로 이 회사에서 무언가가 굉장히 불합리하다고 느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상식이 통하고 다수가 동의할 수 있는 방향이 실제로도 답으로 여겨진다.

그리고 user-centric 한 의사결정이 이루어진다.

조직적으로 이러한 분위기를 장려하고, 직원 수가 빠르게 늘어나도 이런 조직문화를 유지할 수 있도록 ByteStyle이라는 행동강령이 있다.

내가 바이트댄스에 3년 넘게 근무하면서 틱톡을 애정하고, 틱톡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열심히 일을 할 수 있는 이유는 회사의 조직문화인 ByteStyle을 내가 잘 체화해서가 아니라, 내가 나답게 일했는데 그게 ByteStyle이었기 때문이다.

홈페이지에 6가지 ByteStyle이 소개되어 있다.

만약 바이트댄스에 지원할 생각이 있는 사람을 만난다면, 나는 6가지 바이트스타일이 본인과 얼마나 잘 맞는지를 스스로에게 먼저 물어보라고 조언해주고 싶다.

- Always Day 1

- Aim for the Highest

- Be Open & Humble

- Be Grounded & Courageous

- Be Candid & Clear

- Champion Diversity & Inclusion

구글에서 면접볼 때 지원자가 얼마나 구글리한지도 본다는데 (-ly하다는 표현이 좀 오그라들긴 하지만), 바이트댄스에서는 지원자가 바잇댄서(ByteDancer) 같은지를 평가할 때 ByteStyle에 얼마나 부합하다고 판단되는지를 보는 것이다.


단순히 조직문화가 잘 맞는다고 내가 틱톡 마케터로 3년을 넘게 일할 수 있었나?

차차 글로 표현할 기회가 있겠지만 바이트댄스는 2개월 단위로 OKR을 설정하고 관리하는 회사이기 때문에 업무가 굉장히 빡세다. 핫한 IT 업계에서 주목받는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으로써 감내해야 하는 스피드도 물론 있지만, 업무 페이스를 빠르게 유지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야생과 같은 환경이다.

이런 환경에서 내게 마이너스보다 플러스가 더 많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면 이렇게까지 오래 다녔을 리 없다.

나는 자기주장도 강한 편이고, 여러 가지 조직을 경험하면서 나만의 기준이 생겼기 때문에 까다로운 기준을 갖고 있는 프로이직러인데?



주력 제품인 '틱톡'의 미션 inspire creativity & bring joy를 좋아한다.

입사 전, 내가 틱톡에 빠진 이유는 명확했다. 인스타그램처럼 있어 보일 필요도, 페이스북처럼 인사이트를 공유해야 할 필요도, 링크드인처럼 최근의 성과를 어필할 필요도 없었다.

오히려 나를 희화화하면서 망가지거나, 공감되는 별거 아닌 내용이 인기를 얻는 곳이었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도 되는 SNS이자, 재밌는 영상이 가득한 곳이었다.

그리고 이건 여전히 유효하다.

일 때문에 하는 거라고 멋쩍게 핑계를 댈 때도 있지만, 나는 누구보다 진심으로 내 틱톡 계정을 운영하는 틱톡커(=틱톡 크리에이터)이다.

언젠가 따라서 도전해보려고 다운받아둔 영상, 우울할 때 찾아보려고 좋아요 해둔 영상이 휴대폰 갤러리에도 가득하다.

현실세계에서 나를 아는 지인이 내 틱톡 영상을 보면 꽤나 놀랍다는 반응이다. 네가 이런 성격이었어? 네가 이런 걸 찍는다고?라고 한다. 그만큼 틱톡에서는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내 마음대로 나를 표현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점점 나의 창의력과 상상력을 발휘하면서 순수하게 즐거움을 느낀다.

누가 돈을 주는 것도 아니고, 영상 올린다고 회사에서 보너스가 있는 것도 아닌데도 18년도부터 꾸준히 지금까지 자발적으로 영상을 올리는 건 재밌어서다.

일상이 단조롭다고 생각되거나 남과 비교하는 SNS에서 우울감을 느끼는 사람이 틱톡을 통해 나처럼 즐거움을 찾았으면 좋겠어서 틱톡이 성장할 수 있도록 마케팅을 하는 것이고.

나의 틱톡 연대기. 현재 나는 3800명이 넘는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별다른 주제는 없이 내 일상을 올린다.


팀장의 리더십 덕분에 내 자기 효능감이 높게 유지된다.

처음엔 팀장님의 매니지먼트 방식에 당황했다. 외부 파트너사한테 보낼 메일 초안을 작성한 뒤 컨펌을 요청했더니 그냥 보내면 된다고 했다. 인턴한테도 다이렉트 커뮤니케이션을 맡긴다.

마이크로매니지먼트의 완전 반대이다. 큰 방향성만 얼라인이 되면 그 안에서는 자유를 보장한다.

나는 팀장님 덕분에 바이트댄스에 적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냐하면 나는 야생에서 일해 온, 체계 없는 스타트업에서 내 멋대로 구르다 온 스타일이기 때문에 빡빡한 관리자 밑에서는 절대 숨을 못 쉬었을 테니.

이런 쿨한 리더십은 나에 대한 신뢰가 있기에 가능하다는 것을 알기에 더 신이 나서 일을 할 수 있다. 나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인정받고 프로젝트 오너로서의 나의 의사결정을 지지받는다.

심지어 팀장님은 헛소리와 실패를 장려한다. 그래야 기발한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고 한다. 덕분에 나는 바이트댄스안에서 미니 스타트업을 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프로젝트 하나하나가 다 인하우스 벤처처럼 굴러가는 거다.

나만의 아이디어가 있을 때 그 아이디어가 조직의 목표와 방향성에 부합한다면 오케이 사인이 떨어진다. 브리프 기획, 예산 신청, 세부 계획, 타 사업부와 협업, 실행 모든 단계에서 내가 직접 처음부터 끝까지 오너십을 갖고 일할 수 있고, 팀장님은 중간에 이 모든 과정이 더 수월할 수 있도록 피드백과 지원을 해준다.

외부 환경이나 구현 단계에서의 한계에 부딪혀 사장된 계획안은 있어도, 내부적으로 그거 하지 말라는 피드백을 받은 적은 없다. 엉뚱하고 부실한 아이디어라도 재미있어 보이거나 우리의 목표에 도움이 될 것 같으면 살을 붙여서 되게끔 만든다.

팀장님이 장려하는 것들에 내가 동감하다 보니, 모든 것은 자연스러워진다. 억지스러울 필요가 없다.

그냥 내가 나이기만 하면 된다. 내 생각을 오픈하고 사내 메신저와 협업 툴을 통해 같이 만들어가다 보면 우리끼리 consensus를 만드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팀원들로부터 따봉, 파이팅 뿐만 아니라 내 의견에 동의한다는 뜻의 +1 이모지를 받으면 든든하다


User-centric 한 의견을 자유롭게 표출할 기회가 보장되고, 그게 권장되며, 실제 반영된다.

팀장님한테만 솔직한 의견을 말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팀, 부서, 회사 전체적으로 그런 분위기이다. 유저 중심의 의사결정을 했을 때 격려와 응원을 받고 지원을 받는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다른 무엇이 아닌 틱톡 그 자체(itself)를 위해서 일하기 때문인 것 같다.

나는 스무 명도 안 되는 조직에서도 이게 잘 안 되는 것을 경험해봤기에, 이 사실이 매우 놀랍다.

회사 비전이나 이번 분기 목표를 당연히 다 알지만 업무 태만인 곳, 상사 눈치만 보거나 월급루팡 경쟁하는 곳, 실무자가 작성한 문서는 어차피 다 깎여서 원본 형태를 알아볼 수 없는 상태로 임원진에게 보고되고 임원진 멋대로 의사결정이 일어나는 곳이 얼마나 많은가.

외국계 회사의 한국 지사이다 보니 한국 시장에서 정말 잘되었으면 좋겠어서 이런 걸까? 모두가 틱톡을 위해 쓴소리와 애정 어린 피드백을 아끼지 않는다.

쉽게 갈 수 있는 길을 두고 옳게 가는 길로 일하는 게 솔직히 개인 입장에서는 더 힘들 텐데, 투덜대더라도 그렇게 일하는 게 바이트스타일이어서 그런지

특히나 나는 하고 싶은 말은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라 적극적인 의견 표명이 미덕인 회사 문화가 고맙다.

심지어 다른 팀의 업무에도 설득될만한 논거를 제시하면 의견이 적극 반영이 된다.

구성원 한 명 한 명이 실행력은 또 얼마나 좋은지 내가 낸 의견이 서비스에 곧바로 적용이 되었을 때 작은 차이이지만 더 나은 방향으로의 변화를 만들었음에 뿌듯함을 느낀다.




조만간 작년 퍼포먼스에 대한 리뷰 결과가 나오므로, 지금 여기에 써둔 긍정적인 내용과 상반되는 글을 쓸 수도...ㅎㅎ

다 떠나서 재미있고, 의미 있는 일을 하는 게 무엇보다 내게 중요하다.

그렇지 않은 일을 하기엔 내 시간과 에너지와 인생이 너무 아깝다.

내가 틱톡에 다니는 한 나는 재미+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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