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정순인 LG전자 책임연구원·<당신이 잊지 못할 강의> 저자] 중고차를 살 때 시동이 잘 걸리는지 테스트하려면 엔진이 식어 있을 때 해봐야 한다. 엔진이 식어 있는 상태에서는 시동이 잘 안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달궈져 있는 플랫폼은 고객을 더 쉽게 모은다. 서비스를 더 쉽게 확장하며, 콘텐츠를 골라서 실을 수도 있다. 어떻게 하면 플랫폼을 계속 뜨겁게 달굴 수 있을까.

항상 핫한 플랫폼 투 톱, 구글과 아마존에서 공통적으로 찾은 비결과 전략을 알아보자.
CEO가 알아야 할 IT 트렌드 ⑳구글과 아마존이 고객을 모으는 법
1. 오픈하라

구글 안드로이드가 애플 운영체제(iOS)를 누르고 스마트폰 운영체제(OS) 시장을 석권한 이유는 오픈했기 때문이다. 구글은 안드로이드를 시장에 무료로 제공했다. 애플을 제외한 전 세계 스마트폰 업체가 안드로이드를 택했다. 전 세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개발자들이 안드로이드용 앱 개발을 쉽고 빠르게 시작했다. 덕분에 구글은 시장 초기에 절대 다수의 안드로이드 사용자를 확보했다. 시작부터 시장 선점, 이것은 굉장한 이점이다.

구글은 무료 클라우드와 구글 포토를 만들었다. 이곳에 사진을 업로드 하면 사진 속 사람, 장소를 기준으로 사진을 자동 분류하고 폴더 정리를 해주는 딥러닝 기술을 개발했다. 구글은 이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한다. 왜일까. 사람들이 업로드 하는 사진과 동영상은 엄청나게 다양한 빅데이터를 담고 있다. 어떤 사람이 언제, 어디에서, 어떤 자료를, 어떤 디바이스로 업로드 하는지 구글에 자료가 남는다. 이를 통해 사람들의 관심사, 취향, 성향, 트렌드를 구글은 알 수 있다. 이 정보를 가지고 광고, 마케팅, 다른 제품 서비스를 기획하면 당연히 성공할 수밖에 없다. 정확하고 다양한 정보에 기반했으니 성공 못하는 것이 더 이상하다.

구글은 이 딥러닝을 활용한 머신러닝 시스템인 텐서플로도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전 세계 개발자들을 구글 딥러닝 생태계로 끌어들여 인공지능(AI) 에코 시스템을 붐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에코 시스템을 초기에 장악하는 기업은 다른 비즈니스 확장, 다른 연계 서비스 확장이 수월하기 때문이다. 처음에 에코 시스템, 플랫폼을 일단 궤도에 올려놓는 것이 이렇게 중요하다. 그래서 구글은 오픈한다.

아마존은 세상의 모든 상품을 다 판매하는 것이 목표다. 그래서 제3자 마켓 플레이스를 도입했다. 전 세계 유통업체와 제조업체는 아마존에 입점 가능하다. 아마존은 팔지 않지만 경쟁사인 이베이가 판다면 이베이 상품도 아마존에서 다룬다는 뜻이다. 그래서 고객들은 필요한 제품이 있으면 일단 믿고 아마존으로 간다. 이게 핵심이다.

AI 기술이 급속히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개방된 AI 생태계 덕분이다. 2017년 아마존은 AI 플랫폼 알렉사(Alexa)의 소프트웨어 개발도구(SW Development Kit, SDK)를 전면 공개했다. 외부 개발자들이 이 개발도구를 이용해서 알렉사와 호환되는 제품을 자유자재로 만들 수 있는 판이 열렸다. 알렉사 네트워크, 알렉사 생태계를 일단 양적으로 크게 키우겠다는 아마존의 뜻이다. 아마존은 양적 확대의 중요성을 알고 있다.

소비자가 알렉사 스피커 에코(Echo)를 통해 TV 채널을 바꾸고, 에어컨을 틀고, 세탁기를 작동하려면 우선 알렉사가 다양한 가전제품과 연동돼 있어야 한다. 알렉사와 연동되는 제품이 많아져야 알렉사의 가치가 증가한다. 알렉사가 할 수 있는 기능이 많아질수록 사람들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살 때 알렉사와 연동이 가능한지를 먼저 따져본다. 알렉사 스킬 스토어에는 외부 개발자들이 직접 만들어 공유하는 다양한 스킬이 있다. 스마트폰 앱스토어에서 앱을 다운 받듯, 사람들은 여기서 스킬을 자유롭게 공유한다. 삼성전자도 스마트홈 제품군에 알렉사를 채택해서 이 생태계에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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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인수·합병 하라

자체 기술력을 보유하면 그 기업은 소중한 개발 경험을 축적하고 막대한 학습효과도 얻는다. 하지만 위험 부담도 크다. 기술 개발에 시간이 지체돼 시장 진출 시기가 늦어지면 이미 시장은 승자독식의 판으로 바뀌어, 진입 자체가 힘들거나 진입해서도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래서 자체 연구와 외부 인수·합병(M&A) 사이에서 가장 최적의 안을 결정하는 것이 그 기업의 선구안이요, 능력이다.

구글이 모바일 앱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스마트폰 OS 안드로이드를 인수한 것은 M&A 전략의 가장 좋은 예다. 많은 기업이 신제품 개발에 필요한 기술을 가진 다른 기업을 M&A 하면서 연구·개발(R&D)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고 시간을 단축시킨다. 완성차 업체들이 정보기술(IT) 기업, 소프트웨어 기업, 자율주행 기술 기업, 배터리 기업들을 M&A 하거나 투자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나는 내가 가장 잘하는 것에 집중하고 나머지는 외부에서 작업해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빠르게 움직이는 기술 변화 추세에 신속히 대응하려면 기존 기술의 융·복합이 답이다. 새로운 기술만 신제품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다. 기존 기술의 재발견, 기존 기술의 융·복합이 신제품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미 있는 것은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구글과 아마존이 지속 성장을 구가하는 큰 이유는 신기술이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확보한 벤처 스타트업을 계속 M&A 했기 때문이다. 구글은 사내 벤처캐피털 구글벤처스를 설립해 유망 스타트업을 계속 인수하고 있다. 미국 5대 IT 기업은 2012년부터 2016년까지 420개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단, M&A 할 때도 규칙이 있다. 무조건 새로운 제품, 새로운 서비스, 새로운 고객 시장을 찾는 것이 최고는 아니다. M&A를 고려할 때는 이미 검증된 고객 시장과 유사한 고객 시장을 찾아서 사업을 확장해보자. 이미 효과가 입증된 기술과 전략이 비슷하게 통할 다른 유사 고객 시장을 찾는 것이 효과적이다.

3. 검색 플랫폼이 되라

구글 플레이 스토어, 크롬, 지메일, 유튜브에 이르기까지 구글은 막강한 네임드(named) 검색 플랫폼을 가지고 있다. 플랫폼이 탄탄하니, 이 다양한 플랫폼을 이용한 사람들, 클릭한 사람들, 링크한 사람들에게 노출되는 광고 수익도 탄탄하다. 2019년 유튜브 광고 매출은 미국 주요 메이저 방송사 광고 매출을 넘어섰다. 구글 수익 중 99%가 광고라고 한다. 북미에서 구글 인터넷 검색광고 시장 점유율은 65%다.

아마존은 어떤가. 아마존은 아마존닷컴에서 사용자가 상품 검색을 하면 특정 단어와 상품을 상단에 노출해준다. 이런 검색광고를 통해 판매자는 상품 판매를 확대하고 아마존은 광고주를 모집해 광고와는 별개로 추가 검색광고 수익을 얻는다.

2019년 말 기준 아마존은 450만 개 아이템을 판매한다. 미국 리서치 회사 점프샷(Jumpshot)에 따르면 2018년 제품을 구매하려는 소비자 54%는 구글이 아니라 아마존에서 직접 제품을 검색했다. 아마존의 제품 리뷰를 본 고객의 90%는 아마존 자체 검색을 통해서 리뷰 페이지에 들어온 사람들이다. 제품 검색 시장에서는 이미 아마존이 포털 서비스인 구글을 넘어섰다.

아마존은 월마트, 이베이, 베스트바이 등 온·오프라인 경쟁사의 가격을 실시간으로 체크하면서 가격을 변경한다. 베스트셀링 아이템은 가격을 할인하고, 덜 인기 있는 아이템은 가격을 유지해 이익을 남긴다. 뉴욕타임스 선정 베스트 아이템은 정가 대비 25%에 판매하고 나머지 아이템은 할인하지 않는 것도 그 예다. 인기 아이템은 고객이 가격 민감도도 높고 검색도 많이 한다. 이 제품들을 비싸게 팔면 이미지도 안 좋고, 다른 판매자에게 밀린다. 아마존은 박리다매를 통해 고객에게 경쟁력 있는 가격 이미지를 확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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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가장 힙한 시장, 모빌리티를 잡아라

구글 웨이모는 자율주행 빅데이터를 차곡차곡 모으고 있다. 업계에서 자율주행차 개발 완성도 랭킹을 매길 때 늘 구글 웨이모는 1위를 수성하고 있다. 구글 웨이모는 2020년 10월 8일, 미 애리조나주 피닉스시에서 일반 이용자를 위한 무인 배차 서비스를 시작했다.

구글의 차량용 플랫폼 ‘안드로이드 오토’는 한국 내 사업 전개도 활발하다. 안드로이드 오토에서 SK텔레콤의 내비게이션 앱 ‘T맵’이 2020년 12월 3일부터 오픈 베타(공개 시범) 서비스에 들어갔다.

2020년 6월 25일, 볼보와 구글 웨이모가 레벨4 자율주행 전기차 개발 협업을 발표했다. 웨이모는 전화나 스마트폰 앱으로 택시를 불러서 이용할 수 있는 로보택시 자율주행 서비스에 집중한다. 웨이모는 AI 서비스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볼보는 그에 맞는 차량 설계와 생산을 맡아서 시너지를 최대화한다.

아마존은 2020년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모빌리티 미래의 가속화(Accelerating the Future of Mobility)’를 아예 모토로 내세웠다. 전기차 기업 리비안(Rivian)이 개발한 픽업트럭을 선보이고 람보르기니 우라칸 EVO에 알렉사를 탑재했다. 아마존은 ‘파이어TV 에디션 포 오토(Fire TV Edition for Auto)’를 발표했고 덴소, 액센추어, 블랙베리, 카르마 등과 함께 개발한 커넥티트 카 솔루션을 선보였다. 아마존이 유통시장을 넘어 미래 자동차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것은 분명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배송로봇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아마존은 이미 스카우트란 자율주행 배송로봇을 운영하고 있다. 배송로봇은 ‘감염으로부터 안전’이라는 확실한 강점이 있다. 또 ‘라스트 마일 배송 비용 절감’에서도 경쟁력이 있다. 라스트 마일은 중심가, 큰 역, 랜드마크로부터 고객의 최종 목적지인 회사 빌딩, 집까지 1~2㎞ 내외의 마지막 거리를 말한다. 라스트 마일은 물류비용의 53%를 차지, 가장 비중이 크다. 중심가까지는 대량 동시 배송이 가능하지만 중심가부터 라스트 마일은 고객별로 개별 배송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마존은 자율주행 배송로봇을 활용할 경우 연간 200억 달러를 절감할 수 있다고 모건스탠리는 전망한다. 매킨지 역시 라스트 마일에 자율주행 기능을 도입할 경우 비용의 10~40%를 절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아마존은 이미 모빌리티 서비스 분야 특허 210개도 확보했다. 자율주행 자동차를 이용한 여객운송, 자동차 제조, 드론 관련 내용이 포함됐다. 이는 경쟁사인 알파벳과 애플보다도 많다.

5. 탁월한 고객 경험을 줘라

‘탁월한 고객 경험’은 식상하지만 중요하다. 또 말할 수밖에 없다. 구글맵은 특히 해외에서 그 진가를 드러낸다. 구글맵은 지도를 열어 고객이 위치를 확인하면서 할 수 있는 모든 활동을 고객 관점에서 정리한다. A가 어떤 빌딩 위치를 검색하면 근처 카페, 식료품점, 관광지, 호텔, 약국, 주유소 등 A가 궁금해할 만한 모든 정보를 지금 보고 있는 지도 위에 뿌려준다. 이렇게 구글맵은 단순히 위치만 알려주는 지도 역할에서 벗어나 ‘음식, 비즈니스, 교통, 편의’ 같은 연관 정보를 다 소싱 해서 한눈에 보여주는 플랫폼이 된다.

아마존도 질 수 없다. 아마존은 고객의 기존 주문, 검색 내역, 구매 희망 목록, 마우스 커서 움직임 등을 분석한다. 이를 기반으로 주문 가능성 큰 제품을 이 고객 근처 물류창고로 미리 발송해둔다. 고객에게 제품이 도달하는 배송 시간을 최대한 줄이는 예측 배송 서비스인 것이다. 비슷한 지역, 비슷한 시기, 비슷한 제품이 주문 예상된다면 한번에 모아서 미리 물류창고로 대량 발송해두니 아마존도 비용과 시간을 줄이는 이점이 있다. 아마존은 유료 회원 대상으로는 주문 이후 1~2시간 내 배송해주는 프라임 나우 서비스도 만들었다.

아마존은 어느 해 크리스마스 시즌에 대비해 애플에 핑크색 아이팟 4000개를 주문했다. 그런데 11월 중순 애플은 부품 문제 때문에 이 제품을 제때 납품하지 못한다고 아마존에 통보했다. 아마존은 고객에게 ‘공급처 부품 문제로 제품 구매 불가합니다’라고 했을까. ‘공급처가 납품이 불가하니 환불해드리겠습니다’라고 했을까. ‘배송 불가능하니 구매 취소하십시오’라고 했을까. 아마존은 핑크색 아이팟 4000개를 미국 전역 소매업체에서 사와 다시 포장했다. 그리고 고객에게 약속했던 대로 배송했다. 전혀 남는 장사가 아니다. 그런데 아마존은 이렇게 했다. ‘무엇’이 아니라 ‘어떻게’가 중요하다.

정순인 책임연구원은…
LG전자 VS(Vehicle Component Solutions)사업본부에서 오토모티브(Automotive) SPICE 인증과 품질보증(Quality Assurance) 업무를 한다. 소프트웨어공학(SW Engineering), Technical Documentation 사내 강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사내에서 2016~2017년 연속 최우수 강사상을 수상했다. 강의와 프레젠테이션 기법을 다룬 책 <당신이 잊지 못할 강의>를 썼다.